오늘의 문장

백화점의 종말(2017년 1월 5일)

divicom 2017. 1. 5. 20:17

본래 쇼핑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지만 전엔 가끔 백화점에 갔습니다. 주로 남에게 선물할 물건을 사거나 

세일하는 상품 중에 가족이나 집에 필요한 것을 사곤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공기에 예민해지니 백화점에 

가기가 싫어졌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제겐 백화점 공기가 너무 건조하고 탁하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수입이 줄어드니 백화점의 상품들은 모두 너무 비싸 보였습니다. 


백화점에 가지 않고 살면서 느낀 것은 백화점에 가지 않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겁니다. 동네 마트나 

노점의 물건들은 백화점의 물건들 못지 않게 쓸 만 한데 값은 훨씬 쌉니다. 어떤 물건은 인터넷을 통해 농부를

비롯한 생산자들로부터 직접 구매하니 더욱 백화점에 갈 일이 줄었습니다.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저 같은 사람이 다른 나라에도 많은 것 같습니다. 미국의 메이시스(Macy's)와 일본의 미쓰코시(三越)가 점포를 줄이고 인력을 

감축한다고 하니까요.


백화점... 한때는 '백화(百貨)' 즉 온갖 상품을 진열해 판매하던 종합 소매점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어쩌면 일 주일에 두 번씩 백화점에 가시는 저희 어머니와 친구분들에게서 미래의 백화점이 어떠해야 하는지,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어머니와 친구분들은 백화점의 '노래 교실'에 가시는데, 노래 교실이 

끝난 후엔 그곳에서 식사도 하시고 가끔은 쇼핑도 하시니까요. 20세기 자본주의의 첨병이었던 백화점이 

21세기엔 어떻게 되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아래에 '백화점의 종말'과 관련된 경향신문 기사를 옮겨둡니다.


백화점 시대의 종말..미국 연초부터 백화점 폐쇄·대규모 감원 충격

이윤정 기자 입력 2017.01.05 16:48 수정 2017.01.05 16:52 

“반짝이던 백화점의 추억은 끝났다.”

미국이 연초부터 ‘백화점 충격’에 빠졌다. 4일(현지시간) 일간 USA투데이는 지난해 말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벌이고도 실적을 내지 못한 백화점들이 매장을 대거 줄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미국 최대 백화점업체 메이시스는 올해 점포 68개를 닫고 1만여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메이시스는 이미 지난해 6월 전체 700여개 매장 중 100곳을 폐쇄하기로 한 데 이어 새해 벽두부터 또다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점포 문을 닫는 이유는 단순하다. 실적이 줄어서다. 지난해 11월~12월 쇼핑 대목에도 이 회사 매출은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1858년 창립된 ‘백화점의 대명사’ 메이시스의 영광은 옛날 일이 됐다. 구조조정으로 회사는 5억5000만달러를 아끼게 됐지만 순식간에 1만여명이 실업 위기에 놓였다. 메이시스뿐만이 아니다. 시어스백화점과 K마트를 운영하는 시어스그룹도 올해 150개 점포를 접고 온라인 사업에 전력하겠다고 밝혔다. CNBC방송은 백화점 체인들이 점포를 닫기로 한 것에는 임대료 부담도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시어스그룹에 점포를 내줘온 부동산 임대법인인 SGP가 실적이 떨어진 19개 점포의 매장 임대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백화점의 위기는 경기불황 탓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이 변해서다. 지난 2일 소비 트렌드를 보여주는 미국 소비자신뢰지수(CCI)는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12월 한 달 간 소비자들이 쓴 돈은 1961억달러(232조7314억)로, 전년 동기보다 3.8%포인트 늘었다. 연말 소비액으로만 보면 2011년 이후 최고였다. 그러나 수익은 오프라인 매장에 돌아가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추운 날씨를 뚫고 백화점에 가는 대신, 클릭 몇 번으로 물건을 구매했다. 글로벌 유통컨설팅회사 콘루미노는 12월 아마존닷컴 등 온라인몰 수익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1% 늘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전체 오프라인 소매점 수익은 2.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또한 백화점의 몰락은 미국만의 일도 아니다. 지난해 11월 일본 미쓰코시백화점은 지방 매장 4곳을, 소고세이부백화점은 2곳을 폐쇄했다. 중국 ‘큰손’ 쇼핑객들이 줄고 국내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긴 탓이다. 백화점은 물론 고가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도 위기에 놓였다. 영국 의류브랜드 마크&스펜서는 지난해 11월 영국 내 매장 30개를 폐쇄하고 의류 사업을 축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소비분석가 스티븐 바는 “백화점의 기세가 꺾였을 뿐 소비시장 자체가 위축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백화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들을 컴퓨터 앞에서 떼어내 매장으로 나오게 할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