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즐거운 산책

노랑과 이분법(2016년 12월 11일)

divicom 2016. 12. 11. 11:40

한국 사회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정의될 수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분법의 사회'라고 정의합니다. 

남북분단으로 인한 이데올로기의 '분단'이 부추긴 흑백논리가 판치는 사회이지요. 

이분법은 우리의 삶 곳곳에 스미어 있지만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영유아들에게 옷을 입힐 때 사내아이는 파랑, 여자아이는 분홍 하는 식으로 입히는 것도 

이분법적 사고의 소치이지요. 이분법의 사회에서 두 가지 지배적 세력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소외되고, 

인정 받지 못합니다. 이 나라에서 남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살아가기 힘든 것도, 

그런 사람이 왕왕 다른 나라로 떠나가는 것도 같은 이유이겠지요. 


오늘 tbs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에서는 이분법의 사회에서 소외된 색깔 '노랑,' 

불세출의 19세기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유독 좋아했다는 '노랑'에 대해 생각해보고,

원플러스원의 '당신의 모든 것을,' 영화 '라붐(La Boum)'에 나오는 리차드 샌더슨의 노래 'Reality,' 

이브 몽땅의 'Les Feuilles Mortes (고엽)' 등 좋은 노래들을 들었습니다.


'책방 읽기'에서는 함규진 교수의 <세계사를 바꾼 담판의 역사>와 성석제 씨의 소설 <믜리도 괴리도 없시>를 

읽었는데, '믜리'는 미움, '괴리'는 사랑을 뜻하는 단어로, 소설의 제목은 고려가요 '청산별곡'에 나오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책방 읽기' 말미에는 패티김 씨의 '빛과 그림자'를 들었는데, 조금 더 옛날에 나온 노래로 들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Always on My Mind'였습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제 글 '노랑'을 옮겨둡니다. 

'노랑'하면 세월호 사건 후 유족과 시민들의 가슴에 달리기 시작한 노란 나비가 떠오르지만

'들여다보기'에서 세월호 사건을 몇 차례 얘기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노랑

 

겨울이 깊어지며 어두운 시간이 길어지니

봄 냄새 나는 노랑을 입고 싶지만

제 옷장에도 옷 가게에도 검정색, 회색 같은 무채색뿐

노란 옷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빨간 옷과 파란 옷은 제법 눈에 띄는데

노란 옷이 드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이들의 옷도 사내아이 것은 파란색,

여자아이 것은 분홍색이나 빨간색이고

노란 옷은 흔치 않습니다.


삼원색 중에서 노랑을 차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태극기의 태극이 빨강과 파랑이고

여당과 제1야당의 상징색도 그 두 가지인 것과

상관이 있을까요?

 

햇살과 해바라기와 황금의 빛깔로 불리는 노랑,

노랑을 편애하진 않아도 차별하진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겨울에 노란 옷 입고 잠시나마 봄기운을 느낄 수도 있고,

빨강 아니면 파랑하는 이분법적 사고로부터

다소나마 자유로워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