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엔 토요일밤마다 한 데서 야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요.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나라 곳곳에서
대통령의 사직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시민들입니다. 밤이슬을 맞으며 고생하는 시민들의 노력이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지, 언젠가는 오늘의 '야근'이 '시민 혁명'으로 기록될 수 있을지... 그러나 여의도를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듭니다.
시국이 이러니 개인의 삶도 개인적 추구에 머물 수 없고,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한 좌절감과
울분도 쌓여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 있는 사람들... 살아 있는 사람은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습니다. 토요일 밤엔
길에서 '공분(公憤)'을 쏟고, 일요일 아침엔 냉정을 되찾아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한 주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어떤 텔레비전 인터뷰에 나온 대구 시민 한 사람이, '밤에 광화문광장에 나가 시위하는 사람들, 다 돈 받고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는데, 그 사람이 꼭 한 번 광화문의 인파에 몸을 맡겨보길 바랍니다.
오늘 tbs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에서는 '꿈'과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고, 따뜻한 미소와 추억, 사랑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첫 노래는 냇 킹 콜의 'Smile'이었고, 박혜은 맥스무비 편집장과 함께 하는 '영화 읽기'
말미에는 태미 위넷의 'Stand by Your Man'을 들었습니다.
권태현 출판평론가와 함께 하는 '책방 산책'에서는 마이클 싱어의 <상처받지 않는 영혼>, 김용택 씨가 글을 쓰고
일러스트레이터 주리 씨가 그림을 그린 <할머니 집에 가는 길>을 읽었습니다. <상처받지 않는 영혼>에 대한 얘기를 들으니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 말은 불교 경전 <화엄경>의 핵심 사상인데, 쉽게
말하면 '세상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뜻이라고 하지요. '책방 산책' 끝에는 이연실 씨의 '찔레꽃'을 들었고, '문화가 산책' 후에는 바브라 스트라이전드의 'Memory'를 들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g.o.d.의 '어머님께'였습니다.
아래에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제 짧은 글을 옮겨둡니다.
꿈
세상이 시끄러우니 자꾸 열이 납니다.
해열제 한 알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꿈 속 세상도 조용하지 않았습니다.
검은 투구를 쓰고 검은 갑옷을 입은 사람들에게
내내 쫓기다 아침을 맞았습니다.
꿈에서 깨어나니 한심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아무리 무섭고 괴로운 꿈도 꿈이니
두려움에 떨며 도망 다니는 대신
꿈이라는 걸 깨닫고 깨어나면 되는데
공포에 사로잡혀 꿈인 걸 잊고 밤새 시달린 겁니다.
꿈이 꿈인 걸 알아차리지 못한 걸 부끄러워하다
문득 현실을 생각합니다.
꿈에서 꿈인 걸 깨닫지 못하고 괴로워했듯
현실에서는 또 무엇을 깨닫지 못하고
괴로움 속을 헤매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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