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4월은 갈아엎는 달(2016년 4월 4일)

divicom 2016. 4. 4. 21:41
어제 아침 tbs '즐거운 산책 김흥숙입니다(FM95.1MHz)'에서 소개해드렸던 신동엽 시인의 '4월은 갈아엎는 달' 
전문을 아래에 옮겨둡니다. 4월 13일 국회의원 선거가 '갈아엎는' 선거가 될 수 있을까요? 희망은 절망에서 나온다니 희망을 품고 기다립니다. 이 시는 1975년 창작과 비평사에서 출판한 <신동엽전집>에서 가져왔습니다. 본문에 나오는 한자와 문장부호는 원문 그대로입니다. 이 시의 끝에는 <朝鮮日報(조선일보). 1966년 4월>이라고 써 있습니다. 그때 조선일보는 지금 조선일보와 달랐나 봅니다.



4月은 갈아엎는 달


내 고향은 강 언덕에 있었다.

해마다 봄이 오면 

피어나는 가난.


지금도

흰 물 내려다보이는 언덕

무너진 토방가선

시퍼런 풀줄기 우그려넣고 있을

아, 죄 없이 눈만 큰 어린것들.


미치고 싶었다.

四月이 오면

山川은 껍질을 찢

속잎은 돋아나는데,

四月이 오면 

내 가슴에도 속잎은 돋아나고 있는데,

우리네 祖國에도

어느 머언 心底, 분명

새로운 속잎은 돋아오고 있는데,


미치고 싶었다.

四月이 오면

곰나루서 피 터진 東學의 함성,

光化門서 목 터진 四月의 勝利여


江山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출렁이는 네 가슴만 남겨놓고, 갈아엎었으면

이 균스러운 부패와 享樂의 不夜城 갈아엎었으면

갈아엎은 漢江沿岸에다

보리를 뿌리면

비단처럼 물결칠, 아 푸른 보리밭.


강산을 덮어 화창한 진달래는 피어나는데

그날이 오기까지는, 四月은 갈아엎는 달.

그날이 오기까지는, 四月은 갈아엎는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