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기자들 (2010년 4월 14일)

divicom 2010. 4. 14. 09:45

엘리자베스 테일러라는 외국 여자가 리차드 버튼이라는 외국 남자와 몇 번 결혼하고 몇 번 이혼했는가를 사람들은 안다. 신문에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화시장의 열세 살짜리 여공들이 하루 몇 시간을 노동해야 하는가를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신문에 안 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에 비틀거린다면, 우리 사회의 신문 역시 강한 자, 부유한 자의 속성에 비틀리고 있다. 신문사의 주인은 대재벌급의 기업가. 그들이 밑바닥 인생들의 문제에 기본적으로 관심을 표시할 이유가 없다. 그들은 자기의 신문경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치권력의 비위를 일부러 거슬릴 필요도 없다. 하지만 신문경영도 하나의 장사이므로 신문을 사보는 독자들의 구미에 당기는 기사를 제작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신문의 독자층이래야 대체로 중산층이다. 그들의 구미를 맞추려면 엘리자베스 테일러 같은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신문경영자들은 판단한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서민대중들은 신문과 인연이 멀어지게 마련이다. 그들이 신문을 사서 보는 일도 드물거니와 그들의 문제가 신문에 취급되는 일도 드물다.    --조영래의 "전태일 평전" 254, 255쪽에서 발췌.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스물둘의 전태일, 그를 부활시킨 건 조영래 변호사입니다. 전태일이 이곳을 떠난 지 근 사십 년, 조영래가 저 세상 사람이 된 지 이십 년, 세상은 아주 많이 변한 것 같지만 아직도 변하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바로 그 중 하나가 언론입니다. 조 변호사가 위에 쓴  "신문"을 "언론"으로 바꾸면 그대로 오늘날 우리 사회를 얘기하는 게 될 테니 침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