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2015년 9월 9일)

divicom 2015. 9. 9. 07:31

존경하는 선배님이 졸저 <밥상에서 세상으로>를 보시고, 죽비 같은 글 한 편을 보내주셨습니다. 

짧지만 큰 깨우침을 주는 고 강석규 선생님의 글, 아래에 옮겨둡니다. 글 말미의 '주'도 글과 함께 온 것입니다.

서재경 선배님, 감사합니다.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

-강석규(호서대 설립자)

 

나는 젊었을 때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 결과 나는 실력을 인정받았고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 덕에 65세 때 당당한 은퇴를 할 수 있었죠.

 

그런 내가 30년 후인 95살 생일 때 얼마나 후회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65년의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이후 30년의 삶은 부끄럽고 후회되고 비통한 삶이었습니다.

 

나는 퇴직 후 이제 다 살았다, 남은 인생은 그냥 덤이다라는 생각으로 그저 고통없이 죽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덧없고 희망이 없는 삶.... 그런 삶을 무려 30년이나 살았습니다.

 

30년의 시간은 지금 내 나이 95세로 보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나긴 시간입니다.

만일 내가 퇴직할 때 앞으로 30년을 더 살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난 정말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때 나 스스로가 늙었다고, 뭔가를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큰 잘못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95살이지만 정신이 또렷합니다. 앞으로 10, 20년을 더 살지 모릅니다.

 

이제 나는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날, 95살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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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대 설립자이자 명예총장인 강석규 박사님이 지난 831일 오후 노환으로 별세하셨습니다. 향년 103

그분은 95세 되던 해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라는 글을 하나 썼습니다.

 

이 글에서 그분은 젊은 시절, 가난과 역경을 딛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으나 65세 은퇴후, 95세가 되던 

해까지 남은 인생은 덤이다라며 허송했던 30년에 대한 후회를 털어놓았습니다. 그리고 어학 공부를 시작하련다. 105세 생일날 후회하지 않기 위해라고 썼습니다.

 

세상에 큰 울림을 준 글을 쓴 강박사님은 그로부터도 8년을 더 사시다 돌아가셨습니다. 그분이 남긴 글은 비록 짧지만 그분이 남긴 울림은 길게 메아리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