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빅터 프랭클과 오늘의 한국(2015년 8월 25일)

divicom 2015. 8. 25. 07:24

지난 토요일(8월 22일) 불광동 청년허브센터에서 아름다운서당이 운영하는 영리더스아카데미(Young Leaders 

Academy) 입학식과 졸업식을 겸한 커먼스먼트(Commencement)가 열렸습니다. 일 년간 100권 넘는 고전을 

읽고 봉사활동을 하느라 애쓴 졸업생들, 그 뒤를 잇겠다고 스스로 선서하고 YLA의 일원이 된 입학생들... 참 

대견하고 귀여웠습니다. 


YLA의 목표는 교양인을 길러내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부화뇌동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함으로써 

세상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사람이지요. YLA의 일 년 과정을 마친 사람이 진정 YLA의 지향점을 이해한다면 학교 졸업 후 어떤 일에 종사하게 되든 책 읽고 사색하며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이제 창립 11년을 맞은 아름다운서당과 YLA, 그 시초를 세우고 지금껏 키워온 분은 아름다운서당 이사장인 서재경 선배입니다. 서 선배는 수시로 학생들에게 좋은 글을 모아 보내며 격려하시는데, 아래는 이번 졸업생들에게 서 선배가 보낸 마지막 네 편의 글 중 한 편으로 서 선배가 직접 쓰신 글입니다. 시끄럽고 어지러운 오늘의 한국에서 교양인이 취해야 할 태도를 알려주는 글이라 생각되어 아래에 옮겨둡니다.  



빅터 프랭클과 죽음의 수용소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친 빅터 프랭클(Victor Frankl)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감동적입니다. 프랭클은 프로이드 심리학을 배우고 자랐습니다. 그래서 그는 어릴 때의 사건들이 인간의 성격과 성품을 결정지어 나머지 일생을 지배한다는 생각에 고착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정신과 의사였습니다. 2차대전이 터지자 유태인인 그는 수용소에 갇혔고 그의 부모와 형제 그리고 아내는 수용소에서 죽거나 가스실에 보내졌습니다. 프랭클 자신도 언제 가스실로 보내질지, 혹은 죽은 사람들의 시체와 재를 치우는 구원된 사람 중에 끼일지 전혀 모른 채 고문과 이루 말할 수 없는 모욕으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작은 감방에 홀로 발가벗겨진 채로 있으면서 인간이 가진 최후의 자유를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유는 나치들도 빼앗아 갈수 없는 것이었고 나치들은 그의 주변 모든 환경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프랭클의 육체를 다루었으나 그는 이미 자신의 상태를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자유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수용소의 비참한 환경으로부터 영향을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스스로 결정짓는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이 같은 경험을 하면서 프랭클은 자신이 수용소로부터 풀려난 후 강단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상상으로 투사해 보았습니다. 그는 마음의 눈을 통해 강의실에 서 있는 자신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수용소에서 고문을 통해 배운 교훈을 제자들에게 가르치는 모습을 머리 속에 그려보곤 했습니다. 그가 가르치려는 진실은 인간 누구나 자극반응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살아남은 프랭클은 그가 죽음의 수용소에서 꿈꾸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현실에서 이루었습니다.

 

프랭클의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교훈은 어떤 사람들은 주어진 환경의 지배를 받지만 어떤 사람들은 환경의 영향으로부터 자유스럽다는 사실입니다. 환경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은 어떤 역경이 닥치더라도 낙담하거나 좌절하지 않습니다. 낙담과 좌절도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반대로 환경의 지배를 받는 사람들은 날씨가 화창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요즈음처럼 비라도 많이 오면 마음도 우울해져 업무수행에까지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스티븐 코비는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에게 주도적(proactive)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면서 그의 출세작인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에서 주도적이 되라’(Be Proactive)는 습관을 첫 머리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무력감에 빠지는 사람도 있고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괴로움에 시달리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힘들다, 어렵다는 말을 듣기가 민망해서 안부 묻기도 부담스러울 지경입니다. 청년실업자나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면서 암울한 기운이 퍼져 나가 사회적 날씨가 어둑어둑합니다.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지경입니다. 그러나 이런 시기에 만약 빅터 프랭클이 한국에 온다면, 그리고 축 쳐진 어깨를 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게 된다면 틀림없이 선택은 여러분의 자유에 속한다는 충고를 던져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