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최저기온이 섭씨 영하 11.1도, 체감온도는 영하 17.9도였다고 합니다. 기상청은 한파주의보를 내렸습니다. 인터넷에는 추위로 고통스러워 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사가 많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이면 저는 시베리아와 남극을 생각합니다. 영하 30도, 40도가 다반사인 곳에서도 사람들은 일하고 놀고 웃고 운다는 생각을 하면 영하 10도 부근 추위쯤은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추위든 슬픔이든, 견디기 어려운 일들은 그것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가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달라집니다. 따뜻한 실내에 있다가 영하의 추위 속으로 나갈 때 '아이 시원해!' 하는 사람과 '아이 추워!'하는 사람의 체감온도는 다릅니다.
언론은 말하는 기관입니다. 원래는 사회의 발전을 위해 발언하는 게 언론의 역할입니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도함과 아울러 시민이 그 상황에서 어떨게 행동해야 하는지 사설과 칼럼으로 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정의가 잠잘 때는 정의를 깨우고 불의가 만연할 때는 '이러면 안 된다'고 외쳐야 언론입니다. 그래서 언론을 '사회의 목탁'이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언론은 '사회의 목탁' 노릇을 포기하고 선정적 나팔수가 되었습니다. 정치판 소식을 연예가 소식처럼 보도하며 정말 파헤쳐야 할 것은 파헤치지 않고 청와대나 국회가 주는대로 받아 보도합니다. 그러니 '청와대 문건'의 내용보다 그 문건이 어떻게 유출되었나에 매달리는 것이지요.
추위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보면 기사를 보기 전보다 추워집니다. 온종일 밖엔 나가지 말고 집안에 '가만히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올 겨울 들어 제일 추운 날' 하는 식의 보도가 흔합니다. '올 겨울 들어 제일 춥지만 영하 20도도 안 된다'는 보도를 보고 싶습니다. 이곳의 추위를 보도하며 더 추운 곳 얘기를 하거나, 오늘의 추위와 50년 전 더 추웠던 시절을 비교해 '엄살'을 예방하는 기사를 보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겁많은 시민들, 그렇지 않아도 '가만히 있기' 좋아하는 시민들을 추위로 겁주는 날씨 기사, 그만 보고 싶습니다. 우리의 약함을 동정하며 '엄살'을 부추기는 언론보다 우리의 강함을 일깨우는 기사를 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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