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tbs '즐거운 산책'에서는 '마늘'에 대해 생각해보고 푸쉬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읽었습니다. 영화 'Reality Bites'에 나오는 U2의 노래 'All I Want Is You'도 들었는데 그 긴 노래 전곡을 튼 방송은 별로 없을 겁니다. 'Reality Bites'는 우리나라에서는 '청춘스케치'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월드컵 축구로 인해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세월호 희생자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가곡 '오라'도 들었습니다. 아래에 제 칼럼 '들여다보기'에서 읽어드린 '마늘' 얘기를 옮겨둡니다.
마늘
마늘의 껍질을 벗기다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흙투성이 껍질 속의 윤나는 하얀 피부...
마늘각시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 것 같습니다.
마늘각시는 껍질 벗은 마늘처럼
하얗고 반반한 색시를 일컫는 우리말입니다.
서양에서는 마늘이 흡혈귀나 귀신을 물리친다고 하는데
이렇게 예쁜 마늘을 보고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마늘 껍질을 한참 벗기다 보니
손가락이 화끈거립니다.
찬물에 담갔다가 얼음으로 쌌다가 수선을 떨다 보니
예쁜 마늘이 잠시 미워집니다.
그렇지만 마늘이 독한 건 당연합니다.
지난 가을 땅에 심어져 한데서 겨울을 났으니까요.
그 힘겨운 시간을 견딘 덕에
기침을 가라앉히는 약이 될 수도 있고,
귀신을 쫓는 힘도 갖게 되었겠지요.
마늘이 이겨낸 겨울 같은 시간을 견뎌내면
우리도 마늘처럼 유익하고 강한 존재가 될지 모릅니다.
손가락은 여전히 화끈거리지만
마늘은 오히려 어여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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