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촛불집회(2014년 5월 25일)

divicom 2014. 5. 25. 11:39

자기를 찾아 먼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고 마음 통하는 사람과의 동행을 즐기려 순례길에 오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책이나 화분처럼 한 번 자리잡으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저 같은 사람은 바라보기만 할 뿐 나서는 일이 드뭅니다.


어젯밤 십리 길을 걷게 된 것도 예정에 없던 일이었습니다. 세월호에서 희생당한 사람들과 아직도 그 바다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싶어 나간 청계천변에서 비슷한 마음들을 만났고 그들과 함께 걸었더니 그게 제 인생에서 몇 번 되지 않는 '순례'가 되었습니다.


광교, 을지로, 퇴계로... 서울광장까지, 반대편 차량의 불빛도 별로 방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순례자들 손의 촛불이 자동차의 등만큼 밝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발은 앞으로 걷는데 마음은 옛날로 향했습니다. 1970년대 초 박정희 독재에 맞서 거리에서 시위하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역사란 무엇이며 시간이란 무엇인가. 그때 20대초반이던 내가 이제 60대에 접어들었는데 왜 우리는 아직도 이렇게 거리를 걸어야 하는가, 자꾸 눈이 젖어왔습니다. 


위로는 역시 '동행'들에게서 왔습니다. 언제부턴가 이 나라는 계층으로, 성별로, 나이로 갈라졌는데 어제 그 거리엔 남녀노소가 다 함께했습니다. 손에 든 촛불이 같은 것처럼 크고 작고 늙고 젊은 몸 속의 마음도 같았겠지요. 준비 없이 나섰던 순례 덕에 어깨도 아프고 발도 아프지만 어제 본 얼굴들이 아픔을 잊게 합니다. 어제 그곳에 계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