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구의 날'이지만 지구보다는 지난 16일에 침몰한 세월호 생각을 하게 됩니다. 피지 못한 꽃 같은 십대들이 시신으로 수습되는 걸 보는 것만 해도 참담한데 철없는 사람들 때문에 괴로움이 가중됩니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막내아들 예선씨는 어제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방문했을 때 홀대 받은 것을 언급하며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느냐”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결국 정몽준 의원이 사과문을 내고 19세 재수생 아들을 대신해 진화에 나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 제 막내아들의 철없는 짓에 아버지로서 죄송하기 그지없다... 우리 아이도 반성하고 근신하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머리를 숙였습니다. 정 의원은 '아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 했지만 평소 정 의원이 집에서 한 말이 아이의 생각이 되었겠지요.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도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선동꾼'으로 매도한 글을 올려 비난을 사고 있습니다. 권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정부를 욕하며 공무원들 뺨때리고 악을 쓰고 욕을 하며 선동하던 이들”이라는 글과 동영상을 올렸는데, 그 영상 속 인물은 실제 세월호 실종자의 가족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권 의원은 "동영상의 여자가 밀양송전탑 반대 시위에도 똑같이 있네요. 세월호 탑승 희생자의 유가족인 동시에 송전탑 위 관계자가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라며 또 다른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 영상은 조작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권 씨는 결국 오늘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잠시 퍼온 글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당분간' 문을 닫겠다고 했는데, 그 인사글에 "이 공간이 너무 삭막하게 느껴집니다"라고 쓴 것을 보니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권 의원과 이름이 같은 모든 '권은희'씨들, 특히 송파경찰서 권은희 수사과장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몽준 의원은 아들과 함께 서울 사당동 자택에서 자숙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미개한 국민이니 곧 잊을 거'라며 아들을 위로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미개한' 생각을 하는 건 정 의원의 아들과 권 의원만이 아니고 새누리당 사람들 대부분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건 제가 '미개'해서일까요? 이런 사람들과 '동행'해야 하니 참으로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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