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겹겹: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2013년 8월 14일)

divicom 2013. 8. 14. 23:10

며칠 전 신문에 소개된 책 한 권을 보자 금세 가슴에 커다란 바위가 얹히는 것 같았습니다. 

<겹겹> ... 겹겹이 상처 입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삶을 기록한 포토 에세이입니다. 

자꾸 돌아가시는데... 이 힘없는 나라, 비겁한 위정자들은 할머님들의 평생 한을 아직도 풀어드리지 

못하니, 참으로 죄송하고 죄스럽습니다. 아래는 이 책을 펴낸 서해문집의 책 소개글입니다.



“꽃이 피어오르는 걸 끊어낸 거지.”


겹겹이 쌓인 상처뿐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중국에 남겨진 그들의 삶을 따라가는 포토 에세이



전쟁이 끝나고서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중국에 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있다. 사진작가 안세홍은 12년 동안 중국 여러 곳에 살고 있는 할머니들을 찾아 나섰다. 할머니들과 나눈 짧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80여 년 세월의 아픔과 한을 느끼며, 그 내면에 담긴 고통을 사진에 담았다. 

끌려감, 감금, 끊임없이 반복되는 성폭행 그리고 버려짐. 이 모든 것이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겹겹의 상처로 남은 할머니들. 헤이룽장에서 베이징, 류산, 상하이, 우한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최전선이었던 곳에서라면 어김없이 찾을 수 있는 할머니들. 여기 여덟 분의 할머니가 있다. 여기 여덟 분의 상처가 그대로 알알이 박힌 사진이 있다. 

조선말도 잊은 채 고향 가족들이 보낸 사진 한 장에 의지해 평생을 살았던 이수단 할머니. 전쟁 후에 소련군을 피해 달아났지만, 더 멀리는 감히 도망치지 못한 채 위안소 근처에 살았던 김순옥 할머니. 오래전 한국에서 사망 신고가 되어 있어, 국적 회복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록을 포기하고 중국으로 돌아간 배삼엽 할머니. 당시에도 부모 모르게 끌려갔고, 훗날에도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어쩔 수 없이 포기했던 김의경 할머니. 하루라도 고향을 잊어 본 적이 없다고, 또 잊지 않으려고 날마다 지도를 봤다는 김대임 할머니. 위안소 시절 받은 고문으로 평생 후유증에 시달린 현병숙 할머니. 갈 수만 있다면 고향에 가고 싶다고, 그래서 방법이 있겠냐고 묻던 박우득 할머니, 어떻게 잊겠냐고, 위안소 그 앞을 지날 때면 천불이 난다던 박서운 할머니.

중국에 남아 있던 할머니 한 분 한 분이, 이제는 한 줌 뼛가루가 된 채 황량한 중국의 흙먼지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모두 다섯 분만 남았다. 두 분은 한국으로 돌아와 <나눔의 집>과 요양원에서 살고 있고, 세 분은 중국 샤오관과 동닝, 우한에서 고통과 시름 속에 살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생긴 지 80년여 년, 전쟁으로 인해 20만 명으로 추정되는 여성들이 일본군의 성노예로 희생되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조선인 할머니들뿐만 아니다. 중국,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태평양 연안의 나라들과 심지어는 많은 일본여성들이 전쟁을 치르는 일본군에게 인권을 유린당했고, 아직도 성폭력이라는 기억의 고통 속에 살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겹겹이 쌓인 할머니들의 한 맺힌 가슴이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책 속에, 사진과 글에 담았다. 

저자는 2011년부터 일본의 나고야, 오사카, 교토, 도쿄 등지에서 중국에서 할머니들을 만났던 이야기를 강연회로 풀어내는 한편 사진전을 열고 있다. 그러나 2012년 도쿄 니콘살롱 전시회와 오사카 니콘살롱 전시회는 개최 취소와 법원의 결정으로 다시 전시 강행 등 파행을 거듭하는 사태를 맞았다. 그래도 할머니들이 살아 계신 동안 한국을 비롯해 중국, 필리핀, 대만, 인도네시아, 일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록하고 사진으로 발표하는 ‘겹겹’ 프로젝트를 계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