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둘과 아흔셋 사이를 걷고 계신 어머니와 점심을 먹기 위해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몇 번 가고 나니 "여보세요?" 낯익은 음성이 들립니다. 반가움과 함께 슬픔이 밀려듭니다. 언젠가 이 번호에 전화를 걸어도 이 목소리가 안 들릴 때가 올 겁니다. 어머니 댁으로 차를 타고 가서 어머니를 태우고 식당으로 갑니다. 연희동의 중국식당을 고르신 어머니의 마음이 가는 길에 바뀝니다. "저기, 저 까만 건물에 있는 식당에 가자!" 고 하십니다. 늘 기다리는 손님들의 줄이 길다는데 오늘은 줄이 없습니다. "일요일엔 안 하는 거 아니에요?" 묵묵부답이신 걸 보니 보청기를 끼셨어도 들리지 않나 봅니다. 차에서 내려 입구로 가니 문이 잠겨 있습니다. 차는 이미 떠났으니 주변의 식당을 찾아 봐야 합니다. 다행히 어머니는 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