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 벨로 오늘을 잡아라 3

솔 벨로의 문장들3: 노인이 생각하는 것 (2023년 12월 18일)

외출을 하려고 집을 나섰다가 빠뜨리고 온 게 생각나서 돌아갈 때가 있습니다. 젊은이는 '아이쿠, 서두르다 빠뜨렸구나!' 생각하지만 노인은 '나이 때문이구나!' 생각하는 일이 많습니다. 음식을 먹다가 흘리거나 사레들어 고생할 때도 젊은이는 나이 생각을 하지 않지만, 늙은 사람은 나이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인들은 거의 항상 쌓여가는 나이와 그 나이로 인해 가까워지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죽음이 가까우니 손주를 돌보기보다는 친구들과 놀러 다녀야 하고, 죽음이 멀지 않으니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아무 데서나 큰소리로 떠들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노인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확율의 문제일 뿐, 죽음은 젊고 늙음을 가리지 않고 찾아옵니다. 솔 벨로의 에서 주인공 토미 윌헬름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아버지를 ..

오늘의 문장 2023.12.18

솔 벨로의 문장들2: 지금, 여기(2023년 12월 16일)

하늘은 우유 탄 물 빛깔이고, 지붕은 얇게 쌓인 눈으로 덮여 있고, 아스팔트 길은 녹은 눈 덕에 아름답게 검어서 세상은 한 폭 수묵화입니다. 문제 많은 눈이지만 이 눈 덕에 저 풍경을 볼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주변에서 늘 감사할 일을 찾아내는 건 일종의 축복이지만, 그 축복을 받는 것은 대개 많은 일, 특히 힘들고 괴로운 일들을 겪은 후 자신의 시선을 바꾼 다음인 것 같습니다. 가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은 무엇보다 그 책이 인생의 아이러니를 아주 잘 포착해내기 때문일 겁니다. 주인공 토미를 등치는 사기꾼이 분명한 탐킨 박사가 인생의 진실을 얘기하는 식이지요. PP. 61-62 I am at my most efficient when I don't need the fee. When I only lov..

오늘의 문장 2023.12.16

솔 벨로의 문장들1: 오늘을 잡아라 (2023년 12월 13일)

서머싯 몸의 에 이어 산책길 동행이 된 책은 솔 벨로 (Saul Bellow: 1915-2005)의 입니다. 이 책에는 표제작인 를 비롯해 네 편의 단편소설과 한 편의 희곡이 실려 있습니다. 산책길 동행이 될 만한 책들 중 이 책이 제일 크고 무거워 망설였지만, 이 단편소설의 첫 문장 때문에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P. 7 "When it came to concealing his troubles, Tommy Wilhelm was not less capable than the next fellow. 토미 윌헬름은 골치아픈 상황을 숨기는 데 있어서는 누구 못지 않았다." 이 문장이 예고하는 대로, 그리고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토미는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그에겐 상황의 호전을 ..

오늘의 문장 2023.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