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마트에 가니 정육코너 앞에 사람이 유독 많았습니다. 오늘이 3월 3일 '삽겹살데이'라 삼겹살을 세일한다고 했습니다. 두 개에 천오백 원하는 '제주 무' 세일 코너에선 젊은 직원이 커다란 투명 비닐에 담긴 무를 매대에 쏟아붓고 있었습니다. 이만치 떨어져서 그이가 일을 마치길 기다리는데 여인 하나가 저를 밀치고 매대로 가더니 쏟아지는 무 중에서 큰 것을 고르느라 바빴습니다. 저렇게 하면 직원이 일하는 데도 방해가 되고 자기도 위험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름 붙은 날과 행사가 많아지며 하루 지난 과거부터 여러 해 지난 과거까지 기억돼야 할 날들과 기억돼야 할 사람들은 빠르게 잊히고, 무엇이 중요한가를 고민하는 일도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억과 고민 없이는 나아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