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엄민용 9

점심: 마음에 점 하나 (2023년 6월 14일)

오늘 아침엔 경향신문이 오지 않았습니다. 사고 많은 세상... 매일 오던 신문이 오지 않으니 걱정이 됩니다. 집에서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이 너무 적으니 배달하는 사람도 신이 나지 않고 그러다 무심코 빼먹은 걸까? 오히려 그랬으면 다행일 텐데... 신문의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고 너무 편향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좋아하는 칼럼 두엇이 있어 보고 있습니다. 엄민용 기자의 '우리말 산책'도 그중 하나입니다. 글을 읽다 보니 지미 스트레인의 'Lunch Box'가 떠오릅니다. 정말이지 점심은 마음의 점! https://youtu.be/c75XSDPjtdM 우리말 산책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점심’ 우리가 하루 세 끼를 먹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또 끼니나 때를 가리키는 ‘..

오늘의 문장 2023.06.14

황소, 얼룩소, 칡소, 젖소 (2023년 2월 27일)

경향신문을 그만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데 엄민용 기자의 '우리말 산책'처럼 고마운 글 때문에 아직 보고 있습니다. 우리말이 엉망이 되어간다고 안타까워하는 제가 우리말에 얼마나 무식한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엄 기자에게 감사하며 오늘 신문에 실린 그의 글을 옮겨둡니다. 우리말 산책 얼룩소는 ‘젖소’가 아니라 ‘칡소’다 ‘황소’ 하면 누런 털빛의 소가 떠오른다. 하지만 황소는 털빛과 상관없이 “큰 수소”를 뜻하는 말이다. ‘황소’는 15세기만 해도 ‘한쇼’로 쓰였는데, 이때의 ‘한’은 “크다”는 의미다. 황소와 닮은꼴의 말이 ‘황새’다. 황새도 키가 큰 새이지, 누런 털빛의 새는 아니다. 황새의 옛 표기 역시 ‘한새’였다. 황소가 누런 털빛과 상관없음은 정지용의 시 ‘향수’에 나오는 ‘얼룩백이 황소’..

동행 2023.02.27

2월이 28일인 이유 (2023년 2월 14일)

어린 시절 저희 집 살림엔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아버지가 신문을 세 가지나 구독하시니 어머니가 둘은 끊고 하나만 보면 안 되겠느냐고 하셨답니다. 아버지는 하루에 한 신문에서 한 가지만 배워도 한 달 신문값은 하는 게 아니냐고 말씀하셨고 어머니는 그 말씀이 맞다고 생각하여 다시는 신문을 끊자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제 인터넷 시대가 되었으니 종이 신문을 볼 필요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저는 여전히 신문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에선 포털사이트가 선정한 기사를 보거나 관심 있는 주제만 찾아 보게 되지만, 신문은 세상의 소식과 의견을 두루 보여주고 선정적 정보들이 주류인 인터넷과 달리 변치 않는 지식도 제공하니까요. 우리말 산책 집권자 이기심에 무너진 달력의 원칙 엄민용 기자..

오늘의 문장 2023.02.14

성냥팔이 소녀 (2022년 12월 20일)

이 나라가 천민 자본주의의 대로를 질주하는 동안 소위 '우리 것'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그중 가장 엉망이 된 건 우리말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방송국 아나운서들까지 엉터리 우리말을 합니다. 그런 것을 지적하는 사람은 '꼰대질'하는 사람이나 '속좁은' 사람으로 비난받습니다. 그러니 제가 우리말을 사랑하는 방법은 끊임없이 우리말에 대해 배우고 우리말로 쓴 글을 읽는 것입니다. 그러다 오랜만에 '성냥팔이 소녀'를 만났습니다. 담배 한 개비 물고 불붙이고 싶은 아침입니다. 우리말 산책 성냥팔이 소녀를 죽게 한 어른들의 무관심 엄민용 기자 요즘처럼 추운 날이면 생각나는 동화 하나가 있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지은 ‘성냥팔이 소녀’다. 배고픔과 추위 속에서 죽어간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

동행 2022.12.20

쑥맥, 쉽상, 산수갑산 (2022년 3월 15일)

국립 국어연구원에 따르면,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44만여 개의 주표제어 중 약 57퍼센트가 한자어이며, 거기에 한자어와 고유어가 결합한 복합어를 더하면 그 비율은 더 올라간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한자어를 빼면 우리말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한자를 아는 한국인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한자를 몰라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의 수는 늘고 있습니다. 잘못된 공교육의 탓이 크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경향신문 '우리말 산책' 같은 칼럼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그러고 보니 '산책'도 '다행'도 한자어네요! 한자를 알아야 우리말 ‘쑥맥’에서 벗어난다 엄민용 기자 사람들이 너나없이 쓰더라도 표준어가 되기 어려운 말들이 있다. 한자말인 경우가 대표 사례다. 한자 각각의 음을 밝혀 적어야..

동행 2022.03.15

'작심삼일'이라도 (2022년 1월 3일)

'호랑이해 (임인년: 壬寅年)'가 시작되고 3일 째입니다. 뼈만 남은 나무들 사이로 검은 무늬 호랑이들이 사람의 세상을 응시하는 것 같습니다. 저 시선에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살아야겠습니다. 바야흐로 '결심'의 계절입니다. 결심의 결과가 어찌 되든 결심을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적어도 결심의 순간만은 그 일을 하리라 혹은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는 것이고, 마음을 먹는 것은 행위의 첫 걸음이니까요. 결심은 늘 '작심삼일'을 수반하지만 '작심 (作心)'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좋겠지요. 작심이 3일로 끝난다 해도 그 3일은 또 다른 3일로 이어지니까요. 우리말 산책 작심삼일, 새해에는 그거라도 많이 합시다 엄민용 기자 2022년 새해가 시작됐다. 다들 한두 가지 새해 결심을 했을 듯싶다. 누구는 ‘작심..

오늘의 문장 2022.01.03

그래도, 메리 크리스마스! (2021년 12월 24일)

예수는 12월 25일에 태어나지 않았고 12월 25일이 아닌 다른 날이 크리스마스인 나라도 여럿이고 내일 한국의 크리스마스 아침엔 기온이 영하 14도로 곤두박질칠 거라 하지만, 그래도 메리 크리스마스! 그분의 이름이 무엇이든, 그분의 생일이 언제든 인간 정신의 정화를 보여주신 그분의 오래 전 도착을 축하하며, 그분을 흉내 내려는 사람이 좀 더 많아지길 기원합니다. 우리말 산책 예수는 12월25일 태어나지 않았다 엄민용 기자 25일은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Christmas)는 그리스도(Christ)에 가톨릭 예배의식을 뜻하는 말(mass)이 더해져 만들어졌다. 이를 X-MAS라고 쓰기도 하는데, 이때의 X는 그리스도를 뜻하는 그리스어 크리스토스(XPIΣTOΣ)의 첫 글자다. 크리스마스는 노엘(프랑스..

오늘의 문장 2021.12.24

추석달, 천고마비, 오곡백과 (2021년 9월 22일)

어제 추석 새벽엔 비 뒤로 숨었던 달이 오늘 새벽엔 환히 가을 오는 길을 밝히고 있습니다. 달을 올려다보며 두 손을 마주잡고 갖가지 고통으로 신음하는 사람들과 살아가느라 애쓰는 모든 동행들을 생각하니 눈이 젖습니다.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과 알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동행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시옵소서...' 간절히 기도합니다. 어제 본 풍경이 떠오릅니다. 어머니댁에 가며 본 사람들, 나무들, 길에 떨어져 구르던 푸르고 붉은 감들, 검은 개, 어머니댁에서 만난 가족들 -- 아흔 넘은 어머니부터 태어난 지 한 달을 갓 넘긴 아기까지 --, 돌아오는 길에 올려다 본 파란 하늘 흰 구름, 길가의 꽃들과 그들을 흔들던 맑은 바람, 호기심 가득한 고양이의 눈, 과자 부스러기를 보..

오늘의 문장 2021.09.22

십년감수, 십년 터울 (2021년 8월 9일)

각종 매체에서 흘러나오는 한국어를 듣다 보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부정확한 한국어가 난무하기 때문입니다. 은어나 속어는 그러려니 하겠지만 누구나 일상 쓰는 말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유튜브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지상파 방송의 아나운서와 기자들, 출연진들은 제대로 된 우리말을 써야 하지만 그들조차 엉망입니다. 아나운서를 뽑을 때 발음보다 외모를 본다더니 그 말이 참말인가 봅니다. 이 나라엔 문화체육관광부가 있고 국어 관련 단체들도 여럿이지만 세계인들에게 한국어를 확산, 보급시키는 데는 열심일지 모르나 한국어 자체를 품격 있게 유지, 발전시키는 데에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말이 품격을 잃으면 말의 사용자, 즉 그 말을 사용하는 개인과 사회 또한 품격을 잃습니다. 지금 이 나라가 돈만 아는 ..

동행 2021.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