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나 새달에 들어설 때면 대개 '더 열심히 00해야겠다'는 각오들을 다지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입니다. 구월은 계단을 한 번에 몇 개씩 오르듯 살았지만 시월엔 좀 게을러져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구월 끝자락에 몸살이 나서 며칠 누워 있으려니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아, 최소한 나잇값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랜만에 좋아하는 카페에 갔더니 테이블에 쌓인 책 중 한 권이 자꾸 말을 걸었습니다. . 20세기 최고의 철학자로 일컬어지는 버트란드 러셀 (Bertrand Russell: 1872-1970)의 책입니다. 못 마시던 커피를 마시게 된 것만 해도 즐거운데 친구 같은 책을 만나 '게으름을 찬양'하는 소리를 들으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게으름에 관한 구절은 마음에 담고, 작은 노트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