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가을 햇살 위로 가을바람이 스칩니다. 왜 '가을 햇살'은 두 단어이고 '가을바람'은 한 단어일까요? 때로는 표준국어대사전이 고개를 갸웃하게 합니다. 바람을 느끼며 걷다 보니 간판 없는 채소가게 앞입니다. 배추 세 통들이 한 망이 금세라도 구를 듯 놓여 있습니다. 겉껍질은 시들었지만 물에 담가 두면 푸르게 살아날 겁니다. 배추를 보는 저를 보았는지 가게 사장이 소리칩니다. "배추 6천 원!" 6천 원이면 한창때 가을배추 값입니다. 배춧잎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했더니 새끼손톱보다 작은 달팽이가 두 마리나 나옵니다. 달팽이가 앉은 배춧잎 조각 채로 화분 흙에 옮겨둡니다. 하룻밤 물에 담가두니 시들었던 잎들이 본래의 초록으로 돌아옵니다. 한 통에 5, 6천 원 배추가 되었습니다. 절여두었던 배추를 씻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