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노회찬과 황교안 (2013년 2월 15일)

divicom 2013. 2. 15. 12:15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올해 최고의 코미디 주제는 법, 주체는 대법원과 법무부와 검찰이 될 것 같습니다. 재벌기업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들의 명단을 알린 사람들은 유죄 판결을 받고,  뇌물공여와 횡령 혐의를 받던 재벌 회장을 서면조사만 하고 수사를 끝낸 검찰 간부는 장관 후보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대로 가면 내년 초 '국경 없는 기자회'의 '언론의 자유' 보고서에서 70~80위쯤으로 떨어질 것 같습니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지난 달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그 전 해보다 떨어진 50위였습니다. 


일찌기 제 아버지는 당신의 자녀들에게 '-사'자 붙은 사람과 결혼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겠다, 단 '교사'는 예외로 한다고 하셨습니다. 남들은 다 '사'자 붙은 사위와 며느리를 못 보아 안달인데 왜 그러시느냐고 묻자, 검사와 의사를 예로 드시며, '검사는 권력의 시녀'가 되어 안 되고, '사람을 살리려' 의사가 되는 사람보다 '돈을 벌기 위해' 의사가 되는 사람이 많아서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정의로운 검사들과 인술을 추구하는 의사들에겐 미안하지만, 지금 주변의 상황을 보면 제 아버지의 혜안에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오늘 신문을 장식한 우스운 법 집행 현장의 주인공은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와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황교안 씨입니다. 아래는 한겨레신문 기사를 요약한 것입니다. 개그의 소재로 제일 적합한 부분은 굵게 표시했습니다.



‘안기부 엑스(X)파일’에 등장한 ‘떡값 검사’의 실명을 인터넷에 공개한 혐의로 기소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14일 법원 판결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이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노 공동대표에 대한 재상고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가공무원법과 국회법 등에 따라 국회의원은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노 공동대표는 2005년 8월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X파일’ 속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엑스파일 사건은 1997년 안기부(현 국가정보원) 도청 전담팀인 ‘미림’이 1997년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대화 내용을 불법 도청한 사건이다. 대화에는 삼성그룹이 대선 후보들에게 불법 대선자금을 주고 검사들에게 ‘떡값’ 명목으로 불법자금을 건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내용은 도청을 주도한 미림팀장이 면직된 뒤 재미사업가 박모씨에게 유출하고 이를 넘겨받은 MBC 이상호 기자가 보도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당시 노 공동대표는 녹취록에 등장하는 검사 7명을 폭로했고, 실명이 공개된 안강민 변호사(전 서울중앙지검장)는 허위사실이라며 노 공동대표를 명예훼손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해 노 공동대표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고, 2심은 “떡값 검사 명단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한 것은 언론의 보도편의를 위한 것으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대상이 된다”며 1심과 달리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면책특권을 인정하면서도 “인터넷을 통해 실명을 공개한 공익에 비해 검사 개인의 사생활 침해 정도가 더 크다”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을 유죄로 판단,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이어 파기환송심은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재함으로써 국회를 벗어나 모든 일반인이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면책특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한편 검찰에서 삼성 엑스파일 특별수사팀을 지휘한 황교안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13일 박근혜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2005년 7월 황 후보자는 국가정보원 도청 자료를 통해 폭로된 이른바 ‘삼성 엑스파일 사건’ 특별수사팀의 지휘를 맡아, 횡령과 뇌물공여 혐의를 받던 이건희 삼성 회장을 서면조사만 하고 수사를 마무리하는 등 불법로비 정황이 드러난 삼성 쪽 인사는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삼성쪽 인사에 대한 불기소를 통해 면죄부를 준 것과는 대조적으로 엑스파일 내용을 보도한 이상호 <문화방송> 기자와 녹취록 전문을 실은 김연광 <월간조선> 편집장,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의원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대법원은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와 김연광 전 월간조선 편집장에 대해서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확정한 바 있다.

노회찬 공동대표는 이날 판결 이후 ‘국회를 떠나며’라는 성명을 내어 사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노 공동대표는 “법무부장관은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은 건국 이래 최대의 정, 경, 검, 언 유착사건이라 말했다. 주요 관련자인 주미한국대사와 법무부차관이 즉각 사임했다. 그러나 뇌물을 준 사람, 뇌물을 받은 사람 그 누구도 기소되거나 처벌받지 않았다. 대신 이를 보도한 기자 두 사람과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떡값검사 실명을 거론하며 검찰수사를 촉구한 국회의원 한사람이 기소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최대의 재벌회장이 대선 후보에게 거액의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사건이 ‘공공의 비상한 관심사’가 아니라는 대법원의 해괴망측한 판단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하면 면책특권이 적용되고 인터넷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면 의원직 박탈이라는 시대착오적 궤변으로 대법원은 과연 누구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나? 한국의 사법부에 정의, 양심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여야 국회의원 159명이 낸 선고연기 요청 탄원을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서도 “법 개정 가능성이 높은 사항인데 왜 서둘러 선고했는지 모르겠다”며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내가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을 대법원이 바라지 않는 듯하다. 결과적으로 입법권이 침해된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의원 159명은 국회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법을 고칠 때까지 노 대표의 선고를 미뤄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지난 5일 대법원에 낸 바 있다.

노 대표는 “오늘의 대법원 판결은 최종심이 아니다. 오늘 대법원은 저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국민의 심판대 앞에선 대법원이 뇌물을 주고받은 자들과 함께 피고석에 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8년 전 그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 하더라도 저는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국민이 저를 국회의원으로 선출한 것은 그런 거대권력의 비리와 맞서 싸워서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우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도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을 ‘끝난 사건’, ‘옛일’로 묻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으로 공개된 것은 테이프 2~3개지만, 280개 넘는 비공개 테이프가 서울중앙지검에 보관돼 있다. 어떤 불법행위가 담겨 있는지 알 수 없다. 국회와 국민이 노력하면 테이프 공개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에는 시효가 없다. 거대권력의 비리를 규명하고 처벌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진상규명 의지를 밝혔다.

노 대표는 당시 서울지검 2차장으로 ‘안기부 엑스파일’ 수사를 담당했던 황교안 변호사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데 대해 “2005년 12월 수사발표문에서 (황 후보자는) ‘독수독과론’을 적용해 저와 기자 두 사람의 행위가 범법행위라는 판단을 내렸다. 반면에 의혹을 받은 떡값 검사는 조사도 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을 덮는 작업을 주도한 사람이 법무부 수장으로 지명된 같은 시점에 저는 국회를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현행 법률과 판결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기독교에 편향된 주장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과 동떨어진 황 후보자의 기독교 편향성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후보자는 지난해 7월 펴낸 책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에서 교회와 목사들에 대한 과세를 강력히 비판했다. 이 책에서 황 후보자는 “현행 세법이 종교단체에 대한 과세를 최대한 자제하고는 있지만 유독 부동산 등기에 대한 등록면허세를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잘못된 조치며 이에 대한 과세특례조항이 다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기독교계가 운영하는 민영 교도소 설립에 적극 참여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황 후보자는 민영 교도소 수탁 대상자로 선정된 재단법인 아가페의 이사를 맡고 있다. 아가페는 2010년 12월 경기도 여주군에 소망교도소를 개소했다. 황 후보자는 부산지검 동부지청 차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 재단 소식지 <아가페 소식>에 기고한 글에서 “재소자들을 기독교 정신으로 교화해야만 확실한 갱생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권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형벌권을 특정 종교 재단에 맡기는 게 적절한지 논란이 있다. 황 후보자가 장관이 된 이후 기독교 편향적인 관점에서 국가 형벌권을 운영하게 된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