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금요일 (8월 10일) 갑자기 독도를 방문하여 뉴스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일본에선 극우보수파의 비난이 거세고 우리 인터넷 세상에선 찬반양론이 시끄럽습니다. 신문 1면에서 이 기사를 보는 순간 제겐 5공화국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외교부가 외교를 하지 못하고 교육부가 교육 정책을 펴지 못하던 시절, 소위 지도자라는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던 시절이지요.
외교에서 제일 피해야 할 것은 '상대를 놀라게 하는 것(unpredictable)'이라고 합니다. 사업을 할 때는 상대를 놀라게 하여 우위를 점할 수도 있지만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에서는 협상과 타협을 통한 관계 개선이 최선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상대가 일본이 아니냐, 20세기 초에 저지른 잘못을 21세기에 이르도록 반성할 줄 모르는 나라 아니냐고 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나 그 나라가 그런다고 우리가 그 수준으로 내려갈 필요는 없습니다.
일반 국민들 중엔 대통령이 독도에 간 건 잘한 일이라고 하는 분들이 제법 있지만 외교를 아는 사람들 중엔 이건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왜 잘못일까요. 외교통상부장관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송민순 씨가 어제 CBS라디오의 김현정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얘기한 것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왜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아래에 인터뷰 내용을 요약하여 옮겨둡니다.
"일본이 제국주의 시절에 침탈했던 독도에 대해 영유권을 계속 주장하고 있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우리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한데 다만 그 방법은 조금 현명하고 냉철해야 됩니다. 이번에 대통령이 거기에 가신 것은 독도가 분쟁지역이라고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아주 걱정됩니다.
일부에서는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2010년에 북방도서 소위 쿠릴아일랜드를 방문한 걸 보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쿠릴열도하고 이건 전혀 다릅니다. 거긴 러시아가 분쟁지역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해왔습니다. 그래서 섬 4개 중에 2개는 일본한테 돌려줄 수도 있다 하는 그런 정도까지 갔던 분쟁지역인데 독도는 전혀 다르지 않습니까?
굳이 대통령이 독도에 가셔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땅에 우리가 간다고 하면 이 여름에 휴양지도 많이 있고 우리 관광객도 많이 가는 홍도나 흑산도를 가서 자연문화유산을 보호해야지 왜 독도를 갔습니까? 독도를 간 자체가 그게 문제가 있어서 간다는 걸 보여준 거 아닙니까?
일본은 독도 문제나 성노예 문제나 이런 것에 대해서 스스로 과거의 굴레에 갇혀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일본의 역사나 지금 정치체제나 국내 정세를 볼 때, 우리가 잘못했다 이렇게 나올, 그러한 능력이 없는 나라입니다. 독도에 관한한 우리가 시간을 가지고 계속 주권을 행사하면서 축적을 시켜나가면 그 주권이 응고가 되는 겁니다. 그게 우리가 하는 현명한 조치이고 국제사회도 그렇게 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스스로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은 거죠.
과거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도 국내 여러 곳에서 대통령의 독도 방문 얘기가 나왔었지만, 일본이 원하는 판에 우리가 들어가 줄 이유가 없어서 하지 않았습니다. 이건 일본이 원하는 판입니다. 그 판에 우리가 왜 들어갑니까? 정부의 외교 당국자들 역시 제가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봅니다. 저는 대통령이 가신 이유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대통령이 먼저 설명하기 전에는 알 수가 없고요.
2차대전 후 유럽과 아시아를 비교해보면 유럽은 지금 평화롭습니다. 주변국들이 이런 문제 가지고 싸우지 않거든요. 그건 독일이 2차대전 때 있었던 일에 대해서 상당히 죄의식이 담긴 외교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본은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독도도 일본이 한국을 제국주의 침탈과정에서 점거한 건데 그걸 다시 내놓으라고 한다는 것은 과거 잘못된 역사에 대해서 전혀 반성이 없다는 거거든요. 그래서는 일본이 주변국은 물론 세계 어디에서도 환영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일본이 이제 알아야 되는데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일본이 거기에서 벗어날 역량이 있는지 의문시됩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우리가 강제 회부될 수 있는 그런 게 아닙니다.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한 ICJ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될 수가 없는데, 다만 하나의 예외가 있을 수 있어요. 그건 뭐냐 하면 독도를 둘러싸고 어떤 무력충돌이 생겨서 그게 UN안보리에 회부되면 국제사법재판소에 강제로 갈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일본이 여기에서 무력충돌까지를 야기하지는 않겠지만 우리 쪽에서도 그러한 단초는 만들어주지 않아야 됩니다.
(참여정부 시절) 일본 해양탐사선이 오키섬에서 출발해서 독도로 오겠다고 해서 우리가 해경을 동원해서 엄중한 방어막을 쳤습니다. 우리 정부가 일본에게 분명하게 이건 절대 우리가 물리칠 것이라고 통보하고 그래서 일본의 탐사선 출항이 중지되었습니다.
다음 달에 우리 육‧해‧공군이 해경과 함께 참가하는 합동훈련을 한다고 하는데. 제가 말씀드린 무력충돌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독도를 둘러싸고 그런 군사적 함의를 갖는 행동은 좋지 못합니다. 우리 해양경찰이 중심이 돼서 우리 영토인 독도를 잘 지키는 것이 법적 논리나 국제 정치적 상황에서 바람직한데, 그 합동군사훈련은 그렇게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해양경찰은 우리 땅 내에서 경찰 활동을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해경이 평소에 훈련을 하고 거기에 대해서 충분한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는 게 바람직합니다. 군대를 동원한다는 것은 제가 말씀드린 무력충돌의 상황까지 우리가 스스로 상정을 하고 나서는 건데 일본이 먼저 무력충돌까지 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일본이 이거 하나를 가지고 소탐대실할 수는 없는 상황인데 우리가 그런 빌미를 제공하지 말자, 이런 뜻입니다.
(이 일을 계기로) 일본의 정부 각료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다고 하면 스스로 무덤을 또 파는 겁니다. 일본이 여러 면에 있어서 앞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대신 과거로 돌아가는 것, 저는 그걸 역사의 감옥이라고 그러는데, 그건 자기가 만든 과거의 감옥 속으로 파고들어가는 것과 같기 때문에 저는 일본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우리도 일본에 대해서 낭만적 기대를 접어야 됩니다. 잘 보시면 역대 정부가, 이명박 정부, 그 전에 노무현 정부, 거슬러 올라갈 때마다 대통령이 들어서자마자 일본하고 한 번 잘해보겠다고 시작합니다.그러나 정권 말기에 가서는 항상 실망과 좌절로 급선회해서 파국을 가져오고 그러는데, 일본에 대해서는 냉정한 접근을 해야 됩니다. 낭만적 접근은 안 됩니다. 일본은 그렇게 쉽게 바뀔 수 없게 돼 있는 스스로의 제약이 있습니다.
일본에서 방위백서라든지, 교과서 이런 문제가 나오면 엄중하게 구두로 외교공관을 통해서 말 안 되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대응하고 그 다음에 일본이 더 수위를 올리지 않는 한 우리도 그렇게 물리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독도의 주권은 한국의 영원한 영토로 응고될 것이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나가자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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