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승의 날'. 긴 학창시절, 만났던 선생님은 많아도 지금껏 기억나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을 맡으셨던 김정례 선생님, 중학교 때 국어를 가르치셨던 김선영 선생님과 영어를 가르치셨던 엄철용 선생님,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을 하셨던 김광철 선생님, 대학에서 만난 김영걸 교수님과 김옥길 총장님...
그 중에서도 가장 자주 떠오르는 분은 김선영 선생님입니다. 단아한 모습과 차분한 음성, 그 안에 깃든 단단함 때문일 겁니다. 중학교 3학년 때던가, 저희 반이 수업 시간에 너무 떠들어 문제가 되자 선생님은 회초리를 들고 들어오셨습니다. 모두 매 맞을 일을 걱정할 때 선생님은 자신의 샤넬 라인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자신의 종아리를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유난히 하얗던 선생님의 피부에 빨간 줄이 나타나는 걸 보며 아이들은 진실로 참회했습니다. 그 일 이후 저희 반은 '이기자'는 급훈에 걸맞게 모든 일에서 다른 반을 능가했지만 수업 시간에 떠들진 않았습니다.
언젠가 선생님은 '솜에 싸인 금강석' 같은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속은 '금강석'처럼 단단해도 겉은 '솜'처럼 부드러워야 한다는 말씀이었지요. 그 말씀은 선생님을 뵙지 못한 수십 년 동안도 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소식이 굼금해 포털사이트에 선생님 함자를 써넣고 찾아본 적이 있지만 소식을 듣진 못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시라는 걸 쓰게 된 것도 그때 시인 김선영 선생님으로 받은 인상의 후유증일지 모릅니다. 김선영 선생님, 감사합니다. 어디에 계시든지 부디 평안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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