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관에 4년 3개월 동안 근무하며 배운 것이 많지만 그 중에도 인상 깊었던 것은 미국 외교관들이 한국인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한국인들 중에는 미국 외교관들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할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언뜻 생각하면 듣기 좋은 말을 하는 한국인들을 좋아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런 사람들을 우습게 보며 이용했습니다. 어느 나라 어느 조직에서나 아부하는 사람은 이용을 당할 뿐 존경받지 못합니다.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된 후 우리나라 민관 조사단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에 갔습니다. 우선 궁금한 것은 그 조사단의 비행기값과 체류비를 누가 내나 하는 겁니다. 두번 째로 궁금한 건 그들의 일정을 누가 짜는가 하는 겁니다.
오늘 한겨레신문에는 "'조사단' 아닌 '견학단'?"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4월 30일 워싱턴에 도착한 조사단이 메릴랜드주의 동식물검역소, 아이오와주의 국립수의연구소를 거쳐 광우병에 걸린 소가 확인된 캘리포니아주까지 갔으나, 조사단 활동을 "온전히 미 당국에 의존하고 있어" 미국 입장을 '납득'하는 수준의 조사가 될 것 같다는 것입니다.
미국 공무원들과 일해본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그 사람들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하여 한국 조사단을 대할지 짐작이 갑니다.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한국 정부는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특정 작업장을 점검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만 해놓았기 때문에 미국 측이 합의하지 않으면 한국 조사단은 아무 것도 독자적으로 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조사단'이 아니라 '견학단'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요.
조사단장인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주이석 질병방역부장은 미국 측이 조사단이 요구하는 대로 일정을 짜주고 있다며 한국에 돌아가서 "전체적으로 종합해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부디 주 부장의 말이 사실이어서, 우리 정부와 조사단이 미국 정부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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