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대통령의 한글 사랑(2026년 10월 9일)

divicom 2026. 10. 9. 12:23

오늘은 한글날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글날 메시지에서

'지난 100년이 한글을 지켜내고 우리 삶 속에 뿌리내린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0년은 한글의 가능성을 더 넓혀가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하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워낙 만기친람하시는 대통령이니 혹시 한글과 관련해 제가 매일

접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는지 궁금해서 청와대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았지만 원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의 말과 글'이라는 항목에 'SNS'라는 세부 항목이 있지만,

거기에도 오늘 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하셨다는 대통령의 한글날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청와대 공무원들도 한글날 공휴일을 맞아

쉬느라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걸까요? 만일 그렇다면 참 한심한

직무유기입니다.

 

경향신문 기사를 보니 대통령은 “특히 올해는 일제강점기였던

1926년, 우리 선조들이 우리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처음 ‘가갸날’을

만든 지 꼭 100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글은 나라의 얼굴이고

말은 나라의 심장”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또한 “우리의 말과 글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라며 “주시경 선생은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글은 나라의 얼굴이고 말은 나라의 심장'이라는데, 우리말과 한글은

이미 엉망진창이 된 채 말장난의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습니다.

대통령 자신도 지난 1일 엑스(X: 트위터)에 '좌아하게'라는 이상한

단어를 써서 국민을 아연하게 했습니다. 미디어오늘 기사에 따르면

'좌아하게'는 '우아하게'의 첫 글자인 '우'를 '좌'로 바꾼 것으로, 요즘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한글의 추락은 단어의 왜곡으로 웃음거리가 되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소위 공영방송이라는 한국방송(KBS)의 아나운서 중에도

국어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한글에

없는 글꼴을 자막에 사용하는 일도 흔합니다. 전에도 이 블로그에서

지적한 적이 있지만, 복모음 표기를 엉터리로 하는 게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웬'을 쓸 때 '에'에 'ㅡ'를 쓴 다음 'ㄴ'을 붙이는 식으로 쓰는

겁니다. KBS가 이러니 다른 방송사들은 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한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겠지만, 이 잘못된 자막 사용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저뿐인 듯합니다. 한글 학자나 언론인,

신문사가 이 잘못된 자막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요. 

 

이재명 대통령은 “한글 창제의 뜻을 기리고 한글을 지켜온 선조들의

염원을 담아 앞으로도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이어갈 수 있도록 우리

국민께서 한글 사랑에 힘을 모아주실 거라 믿는다”고 했다는데,

한글을 이렇게 함부로 대하면서 '사랑' 운운한다니 놀랍습니다.

 

이젠 대통령이 인용하신 주시경 선생의 말씀을 기억하며, 이 나라가

어떻게 '내리는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