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집에서 추석은 그 어느 날보다 젓가락이 바쁜 날입니다.
어릴 적엔 어른은 누구나 젓가락질을 잘하는 줄 알았습니다.
사실, 제가 어릴 때 어른들은 누구나, 남자든 여자든, 대학생이든
시장 상인이든, 건설회사 대표든 건설 현장 노동자든 다 젓가락질을
잘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마흔 가까이 된 대학 졸업자 중에도 젓가락질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에 젓가락질을 못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부끄러워했지만, 요즘 젓가락질을 못하는 사람들은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젓가락질을 못해도 음식 먹는 데 지장이
없으니 무슨 상관이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한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음식을 먹는 데 쓰는 도구는 각 나라의 음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발달한 것입니다. 인도, 파키스탄,
중동의 많은 국가에선 주로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다. 미국, 영국,
독일 등지에선 주로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합니다.
한국, 일본, 중국에서 오랜 세월 젓가락을 사용한 이유는 젓가락이
동아시아의 음식 섭취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제대로 된
사용법으로 받아들여진 방식대로 젓가락질을 하면 보기에 우아하고,
음식을 쉽게 집어 운반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형편없는 젓가락질로 송편을 먹을
겁니다. 아니 어쩌면 송편 대신 '피자설기'라는 이상한 음식을
먹으며 젓가락을 잊고 지낼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은 모릅니다.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신이 얼마나 바보처럼 보이는지,
젓가락질을 잘못하여 놓친 행운이 얼마나 많은지.
'한 일을 보면 열 일을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녀의 배우잣감이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걸 보고 결혼을 반대한 부모도
있고, 신입 사원 면접에 젓가락질을 포함시킨 굴지의 회사도
있습니다.
저도 가끔 직원을 찾는 주변인들에게 사람을 소개하곤 하지만
젓가락질을 못하는 사람을 소개하기는 어렵습니다. 회사라는 곳엔
그곳 나름의 규범이 있는데, 젓가락질처럼 오래되고 보편적인
규범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회사에서 문제없이 지낼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어서입니다.
혹시 오늘 잘못된 젓가락질로 송편 먹는 데 고생한 사람이 있다면
포크를 드는 대신 젓가락질을 연습하기 바랍니다. TV를 보면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이나, 외국의 한식당에 온 외국인이
처음으로 젓가락을 사용해 보고 어려워하다가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성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 사람은 제 나라 전통이니만큼
마음만 먹으면 훨씬 빨리 배울 수 있을 겁니다. 내년 추석엔 우아한
젓가락 사용자가 한층 늘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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