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삶은 헌 신발을 신고... (2023년 4월 24일)

divicom 2023. 4. 24. 10:11

삶은... 무엇일까요?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소풍'일까요?

테레사 수녀의 말처럼 '기회'일까요?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의 블로그

'시시한 그림일기'에서 만난 이기철 시인은

'삶은 헌 신발을 신고 늙은 길을

걸어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시시(詩詩)한 그림일기'에 가면 더 많은 시와

일러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illustpoet&skinType=&skinId=&from=menu&userSelectMenu=true

 

 

 

시 한편 그림 한장

 

삶은 헌 신발을 신고 늙은 길을 걸어가는 것입니다

종이에 색연필

삶은 헌 신발을 신고 늙은 길을 걸어가는 것 입니다

                                        이기철

 

삶을 미워한다는 것은

삶을 사랑하자는 것이지요

저 길가에 핀 꽃들이

즐거워서만 웃겠습니까

슬픔을 어루만지고 노여움을 빗질하면

삶이 쟁반 위의 과일처럼

신선해진다는 것이지요

오늘 아침 밟고 온 풀잎과

식탁에서 습관으로 먹은 채소가

내 몸속에서 피와 살이 될 때

세상의 햇빛과 공기는

고마운 것 아니겠습니까

문득 불어오는 바람은 또한

얼마나 반가운 손님입니까

발 다치지 않고 걸어갈 길이 있고

돌아와 몸 누일 방이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저 추운 새와 날벌레보다

행복하지 않습니까

겨울에도 신발 없는 소와 말보다

우리는 따뜻하지 않습니까

삶은 헌 신발을 신고

늙은 길을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신발이 우리의 생을

지탱하지 않습니까

<가장 따뜻한 책.   민음사. 2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