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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선생님의 심산상 수상 (2020년 11월 5일)

divicom 2020. 11. 5. 19:57

백기완 선생님,

심산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부디 쾌차하소서!

 

[여적]백기완의 심산상 수상

조운찬 논설위원

심산 김창숙은 안중근·한용운과 함께 1879년생 동갑내기다. 건국훈장 1등급인 대한민국장을 나란히 받은 점도 같다. 안중근과 한용운이 각각 의병과 승려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면 심산은 유학자로 구국운동을 펼쳤다. 심산은 ‘실천하는 선비’였다. 을사늑약 때에는 오적을 처단하라는 상소를 올렸고, 3·1운동 때는 ‘파리장서’ 사건을 주도했다. 1920~1930년대에는 의열단의 무장투쟁을 지원했다. 투옥과 고문으로 점철된 독립운동 끝에 남은 것은 불편한 두 다리뿐. 심산은 스스로를 ‘벽옹’(앉은뱅이 늙은이)이라 불렀다.

 

심산의 실천적 삶은 해방 뒤에도 이어졌다. 그는 이승만 정권에 맞서 반독재·통일 운동을 벌이다 다시 옥고를 치렀다. 명문가 출신이었으면서도 그의 삶은 권력과 부와 멀었다. 유림이었지만, 새로운 유학을 꿈꾼 개신 유학자였다. 전원에서 음풍농월하는 고루한 유림들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반귀거래사’를 짓기도 했다. 해방 후에는 친일유림을 해체하며 유도회 조직을 통폐합했고, 성균관대를 설립해 초대 총장에 올랐다. 1986년 후학들은 이런 심산의 꼿꼿한 뜻을 기리기 위해 심산상을 제정했다.

 

심산김창숙연구회가 제22회 ‘심산상’ 수상자로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선생을 선정했다. 연구회는 “백기완 선생이 군사독재의 폭압에 맞서 결연히 투쟁했고 민족의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힘써왔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불의에 맞서고 평생을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헌신해온 백기완 선생은 심산의 일생과 매우 닮았다. 그간 ‘우리말 으뜸 지킴이상’ 이외에 제도권의 상과 훈장을 일절 거부해온 백 선생이 심산상을 기꺼이 수락한 이유다.

 

백 선생은 토박이말로 우리의 민담·통일론을 써온 작가이기도 하다. 연구회는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와 같은 책 제목들이 당대 언어로 두루 회자됐다면서 백 선생 저작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의 삶과 사상에 대한 학술적 조명은 이제 시작이다. 시상식은 오는 6일 성균관대에서 열리는데, 10개월 넘게 와병 중인 백 선생은 참석하지 못한다. 벽옹이 불편한 다리를 끌고 대륙을 종횡했듯이, 백기완 선생이 심산상 수상을 계기로 병상에서 떨쳐 일어나시길.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11032035005&code=990201#csidx85979c49969c87a8487937da59d030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