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한국일보 인터넷판에서 참 좋은 기사를 보았습니다.
좋은 기사는 무엇보다 육하원칙 --누가, 언제, 무엇을, 왜, 어떻게, 어디서--에 입각해
쓰여진 기사입니다. 육하원칙이 중요한 것은 그 여섯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 주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는 한국일보 이유지 기자가 쓴 것으로 나와 있는데,
그가 지금의 기자 정신을 계속 '유지'해 주길 바라며 응원합니다.
기사가 너무 길어 일부만 옮겨둡니다. 중간의 말없음표(...)는 문장이 생략됐음을 뜻합니다.
기사 전문과 사진을 보고 싶은 분은 이 링크를 클릭하면 됩니다.
https://news.v.daum.net/v/20200228080220976
[똑똑, 뉴구세요?] 재림예수냐 사기꾼이냐, 이만희를 파헤쳐봤다
이유지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활동해왔던 신흥종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요즘 전국민에게 알려져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습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중 절반 이상(27일 오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발표 수 기준)이 신천지 관련자로 드러나면서인데요. 각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신천지 신도에 대한 전수조사에서 속속 확진자가 추가되면서 앞으로 그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집단감염의 진원으로 지목되면서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는 “신천지가 급성장하자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이라는 황당한 해석을 내놓으면서 또 다른 ‘국민 밉상’으로 떠오르고 있죠.
스스로를 사실상 ‘재림 예수’라 칭하는 그는 누구일까요, 어떻게 신천지를 만들고 수십만 명의 신도를 거느린 집단으로 확장한 걸까요?
◇어떻게 ‘재림예수’가 됐을까
신천지를 세운 이 총회장은 통상 ‘교주’라 불리는데요. 신천지 측에선 ‘교주=예수’라고 주장하면서 이 총회장은 ‘보혜자’, ‘대언자’ 또는 ‘이긴 자’라고 설명합니다. 다만 과거 예수는 옛 구원자일 뿐이고, 이 시대에는 새로운 구원자가 온다는 교리와 본인에게 ‘재림예수의 영이 머리와 육체에 임했다’는 이 총회장의 주장을 합하면 사실상 이 총회장이 재림예수이자 교주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 되겠죠.
신천지 공식 홈페이지와 과거 이 총회장의 언론 인터뷰ㆍ기고 등에 따르면 이 총회장은 조선 태종의 둘째 아들인 효령대군의 19대손으로 1931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요. 현재까지 대구와 함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가장 많이 확인되고 있는 바로 그 곳이죠. 그는 올해 89세의 고령으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 과천에 거주하며 가평에 별장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에도 꽁꽁 숨어 지내며 신도들에게는 두 차례 메시지를 보낸 게 전부입니다. 현재 행방은 극소수의 간부급만 알고 있다고 하네요.
서울신학대와 총신대 등 개신교계 종교연구자들이 이 총회장과 신천지에 대해 연구한 논문 등을 종합하면 사실 이 총회장은 신천지를 만들기 전 여러 신흥 종교를 전전했다고 합니다. 그가 가족력인 한센병을 치료하기 위해 1957년 특정 종교 단체에 들어간 것을 본격적인 시작점으로 보고 있죠. 이 총회장은 자신이 목숨을 끊기 위해 산에 올랐다가 하늘에서 온 ‘영인( 人)’을 만난 뒤 혈서로 충성을 맹세하게 됐다고 주장하는데요.
그리고 1967년 경기 과천에서 유재열의 대한기독교장막성전(장막성전)에 입교해 활동하죠. 내부 세력과 갈등으로 핍박을 겪고 당시 시한부 종말설이 불발하자 3년만에 탈퇴했습니다. 1978년에는 장막성전에서 7천사였다 이탈한 후 스스로 ‘하나님’이라 부르며 또 다시 시한부 종말론을 주장한 백만봉의 솔로몬재창조교회(재창조교회)에서 12사도 중 하나로 활동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종말이 일어나지 않자 이 총회장이 1984년 3월 14일 직접 만든 종교가 바로 신천지입니다. 이 총회장은 1980년대 초 자신이 신약성경 중 요한계시록이 성취되는 체험을 했다고 간증하는데요. 이로 인해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성경을 본인만이 제대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 총회장 자신이 계시록에 등장하는 ‘대언의 사자’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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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꾼 앞세워 기존 기독교인을 꾀어오기
이 총회장은 신천지를 만들면서 교리보다도 전도방식을 극히 체계적이고 교묘하게 설계했는데요. ‘추수꾼’이라 하여 신천지 외 주로 개신교 교회에 잠입해 그 교회의 신도에게 포교하며 꾀어오는 시스템이 널리 알려져 있죠. 이 총회장은 과거 “종교가 없는 사람보다 이미 기독교를 믿고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전도가 더 잘 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제대로 된 성경공부, 해석’에 대한 갈망이 크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신천지를 탈퇴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신천지는 전도 대상자가 정해지면 처음엔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전략팀을 가동해 그의 관심사를 알아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때 접근 방법은 미술, 음악, 운동, 외국어 공부 등 수백 개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이를 통해 그 사람에 대한 사적인 정보를 알아내고 ‘딱 맞는 지인을 소개해주겠다’며 관계와 신뢰를 쌓은 뒤 성경공부를 권한다고 합니다.
이후 ‘센터’로 가서 7개월 가까이 교육을 받게 되는데요. 이때서야 사람들은 신천지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생각보다 신도가 되는 과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주일에 4일 출석해 3시간씩 성경공부를 하고 시험에 통과하기까지 해야 신도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가족 또는 기존 목회에 절대 알리지 못 하도록 하고, 신천지에서 성경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켰을 때의 대처법도 철저하게 갖추고 있죠.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어느새 신천지 공동체에 푹 빠져들게 된다고 하는데요. ‘2020 신천지총회 긴급보고서’에 따르면 지파와 교회, 선교센터, 사무실, 기타 특수비밀영업장은 전국 1,529곳으로 집계되고 신도수는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23만9,353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전도에 열을 올리는지도 궁금해지는 대목인데요.
종말을 믿는 여타 종교들과 같이 신천지는 초기엔 1987년 9월로 최후의 날을 지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종말이 오지 않자 1991년으로 한 차례 수정하는데요. 역시 이때도 세계가 멀쩡하자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숫자인 ‘14만4,000’을 이용해 이만큼의 신도를 다 채우는 날을 ‘신인합일’의 날이라 규정하고 신천지가 열린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후 신도 숫자가 이를 넘어가자 그 후에는 신천지에 들어가는 것도 구원이지만 전체 신도 중에서도 14만4,000명 안에 들어가야만 육체가 죽지 않고 영생하며 그 안에서도 왕권을 누릴 수 있다고 논리를 바꿨죠. 이 때문에 늘어나는 신천지 신도 중에서도 14만4,000명에 들기 위해 성경 시험과 전도 경쟁이 치열한 것이라 하네요.
◇그래서 정체가 뭐야?
신천지를 탈퇴한 사람들과 피해가족 모임인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가 27일 이 총회장 등을 대상으로 다시금 집단소송을 제기하며 주목을 받았는데요. 최근에는 과거 이 총회장과 내연관계였다 결혼 후 이혼한 것으로 알려진 김남희씨까지 유튜브를 통해 이 총회장과 사실혼 관계였다며 자신에게 육체와 돈을 요구해왔다고 밝힌 뒤 "이만희는 구원자도 하나님도 아니고 종교를 이용한 완전한 사기꾼"이라며 폭로에 나섰습니다.
김씨는 과거 신천지 압구정 신학원 원장으로 활동했고, 세계여성평화그룹(IWPG)이라는 신천지 위장 단체의 대표이기도 했는데요. 내부에서는 사실상 2인자로 이 총회장의 후계자로 불리는 인물이었지만 이 총회장과 불화설이 불거진 후 2017년 제명됐습니다. 지금은 신천지를 종교사기집단으로 규정하고 수백억원대 재산권을 둘러싸고 소송전을 벌이는 중이라고 하네요.
2012년 이 총회장은 여신도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자 허위사실 유포라며 직접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이 총회장이 혼인 관계가 아니었던 김씨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손을 잡고 엉덩이를 치는 등의 사진이 공개되자 본인이 제기한 소송 재판의 증인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고소를 취하하기도 했죠. 이외에도 횡령, 조세포탈 등 의혹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조 대표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이 총회장의 정체에 대해 “자신을 통하지 않고는 구원을 받지 못 한다고 주장하는 종교를 빙자한 사기꾼”이라 규정하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 동안 그와 관련해 의혹이 제기됐던 범죄 혐의들을 비롯, 종교를 이용해 각종 반사회적인 문제를 야기시켰던 부분에 대해 낱낱이 밝혀 법적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총회장의 주장대로 재림예수의 영이 그와 함께하고 있다면 어째서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신도들을 구하지 못 하는 걸까요? 그의 실체는 결국 시간이 밝혀줄 겁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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