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32도도 덥다고 아우성이었는데,
36도를 기록한 날 다음날의 32도에선
가을 냄새마저 나는 것 같습니다.
어리석은 실수로 눈병을 얻어 눈 쓸 일을 하지 않다가
모처럼 일러스트포잇 김수자 씨의 블로그에 들르니
매화 향내가 음전하고도 달콤합니다.
부지런한 그는 이 날씨에도 매실청을 담갔나 봅니다.
아래 그림을 클릭하면 김수자 씨의 블로그 '시시(詩詩)한 그림일기'로 연결됩니다.
맨 아래 글은 김수자 씨의 글입니다.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조용미
꽃 피운 앵두나무 앞에 나는 오래도록 서 있다
내가 지금 꽃나무 앞에 이토록 오래 서 있는 까닭을
누구에게 물어보아야 할까
부암동 白沙室은 숲 그늘 깊어
물 없고 풀만 파릇한 연못과 돌계단과 주춧돌 몇
남아 있는 곳
한 나무는 꽃을 가득 피우고 섰고
꽃이 듬성한 한 나무는 나를 붙잡고 서 있다
이쪽 한끝과 저쪽 한켠의 아래에 서 있는
두 그루 꽃 피운 앵두나무는
나를 사이에 두고 멀찍이, 아주 가깝지 않게 떨어져 있는데
바람 불면 다 떨구어버릴 꽃잎을 위태로이 달고섰는
듬성듬성한 앵두나무 앞에서 나는
멀거니 저쪽 앵두나무를 바라보네
숨은 듯 있는 별서의 앵두나무 두 그루는
무슨 일도 없이 꽃을 피우고 있네
한 나무는 가득, 한 나무는 듬성듬성
나는 두 나무 사이의 한 지점으로 가서 가까운 꽃나무와
먼 꽃나무를 천천히 번갈아 바라보네
앵두가 열리려면 저 꽃이 다 떨어져야 할 텐데
두 그루 앵두나무 사이에 오래 서 있고 싶은 까닭을
나는 어디에 물어야 할지
무슨 부끄러움 같은 것이 내게 있는지 자꾸 물어본다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문지시선.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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