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 덕에 오랜만에 영화관에 갔습니다.
스웨덴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아트하우스 모모는 이화대학 캠퍼스에 있습니다.
단풍 들어 아름다운 나무들과 단풍이 들지 않아 아름다운 나무들 덕에
교정 곳곳이 영화에 나오는 장면 같았습니다.
올해 탄생 백 주년을 맞은 잉마르 베리만(Ingmar Bergman: 1918-2007) 감독의
'화니와 알렉산더(Fanny and Alexander)'는 가을 호수처럼 맑고 담담했습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과 온도를 잴 수 없는 분노가
베리만의 손에서 영화가 되었습니다.
본 영화 시작 전에 보여 주는 베리만 감독의 인터뷰...
늙었지만 늙지 않은 예술가의 눈빛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났습니다.
그는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전에도 영화는 가급적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보았습니다.
다른 극장의 관객들보다 조용하고, 핸드폰을 켜두는 사람도 없었거든요.
그러나 오늘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다섯 번쯤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물론 영화가 세 시간 이상 계속되니 짧다고 할 순 없었지만
인생을 놓고 보거나 우주의 시간을 놓고 볼 때
세 시간을 전화 없이 사는 게 그렇게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편리는 상실을 동반합니다.
핸드폰은 홀로 있는 시간을 앗아가지요.
스마트폰은 폴더폰보다 더 많은 시간을 빼앗아 갑니다.
새로 나오는 스마트폰인 '폴더블폰'은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앗아갈 겁니다.
폴더블폰이 나오든 그보다 더 발달된 전화기가 나오든
저는 지금처럼 폴더폰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전화기보다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깥 풍경보다는 저라는 인간을 들여다 보고
세 시간짜리 영화를 볼 때는 전화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싶습니다.
아래는 핸드폰의 역사에 관한 경향신문 김준기 논설위원의 글입니다.
저는 '핸드폰'이라고 썼지만 '휴대전화'가 맞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여적]폴더블폰
서울 올림픽을 두 달여 앞둔 1988년 7월1일 한국에서 휴대전화 서비스가 시작됐다. 집전화와 공중전화밖에 모르던 시절, 휴대전화의 출현은 기술에 대한 놀라움을 넘어 문화적 충격이었다. 단말기는 미국 모토로라가 개발한 ‘다이나택’이 사용됐다. 이 한국 최초의 휴대전화는 부의 상징이었다. 단말기 가격만 약 400만원에 가입비가 60여만원으로, 당시 소형차 한 대를 살 수 있는 돈이 들어갔다. 첫해 가입자 수가 784명밖에 안됐다고 하니 그야말로 들고만 있어도 폼 좀 잡을 수 있는 ‘희귀템’이었다. 하지만 무게가 771g이나 나가고 덩치도 요즘 스마트폰 4~5개 이상을 합친 정도로 커 통화하다 보면 팔이 저려올 지경이었다. 이 전화기로 직원들 머리를 때리는 사장님들이 있다는 얘기도 돌았다. ‘벽돌폰’ 별명은 여기서 붙었다.
이후 기술발전으로 크기는 작아지면서 성능은 좋아지고, 가격도 저렴해졌다. 키패드에 보호커버를 씌운 ‘플립폰’에 이어 반으로 접히는 ‘폴더폰’, 키패드를 밀어넣을 수 있는 ‘슬라이드폰’, 화면부분을 돌릴 수 있는 ‘스윙폰’ 등 다양한 형태가 쏟아져 나왔다. 삼성전자가 만든 스윙폰의 일종인 ‘가로본능폰’, LG전자의 슬라이드폰인 ‘초콜릿폰’ 등은 국내외에서 대박을 터뜨렸고, 삼성전자는 세계 1위 휴대전화 제조사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어 애플의 ‘아이폰’이 부상하고,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시장점유율과 수익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반도체 덕분에 최근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는 삼성전자로서는 휴대전화가 ‘아픈 손가락’인 셈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준비하는 것이 화면이 접히는 신개념 스마트폰 ‘폴더블폰’이다. 삼성전자가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내년에 출시할 ‘폴더블폰’의 규격을 공개하고 시연을 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개발을 목표로 삼았지만 최근 중국 업체가 시제품을 먼저 공개해 ‘최초’ 기록은 놓쳤다. 휴대전화 시장 세계 2위를 위협하는 중국 화웨이나 LG전자도 조만간 폴더블폰을 내놓을 계획이어서 뜨거운 경쟁이 예고된다. 문제는 기술력이다. 폴더블폰이 삼성전자의 구겨진 체면을 세워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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