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유발 하라리와 박노자의 충고(2018년 9월 6일)

divicom 2018. 9. 6. 11:25

오늘 아침 인터넷 기사에서 두 학자의 충고를 보았습니다.

한 사람은 세계인에게 충고하고 다른 사람은 한국인에게 충고합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두 사람의 공통점은 유대인 남자라는 것.


책 <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는 21세기엔 인공지능의 이용으로

정보가 독재자에게 집중되어 독재에 유리하게 쓰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연합뉴스 기사에 소개된 그의 새 책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생명기술과 정보기술이 융합하는 시대에 

민주주의는 현재 형태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인간은 '디지털 독재' 안에서 살게 될 것이다... 인간의 권위가 빅데이터 알고리즘으로 넘어가고, 권위주의 정부가 

알고리즘을 이용해 시민들에게 절대적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는 또 정보기술과 생명기술의 발전이 미래의 기회이자 현재의 위기라며, 그로 인해 "수십억 명이 일자리를 잃고 

인류가 이룩한 근대적 가치, 즉 자유와 평등이 위협받을 수 있다. 기술 혁명이 부와 권력을 극소수 엘리트에게 집중시키고 대다수를 쓸모없는 계급으로 전락시켜 인류를 전례 없는 불평등 사회로 이끌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런 시대적 위기에 대처하려면 "두려움을 조절하고 겸허해져야 한다"며 "앞으로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에는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다. 우리가 노력을 기울인다면 아직은 우리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탐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https://news.v.daum.net/v/20180906072505225

러시아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교수도 새 책을 냈습니다. 한겨레신문에 기고했던 글과 블로그의 글을 묶어 한겨레출판에서 낸 <전환의 시대>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박 교수는 이 책은 “우리가 정말 바꾸지 않으면 안 될 대한민국 기본골격에 대한 탐구의 시도”라고 하는데, 그가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본질적 문제는 ‘병영사회, 여성혐오사회, 노동지옥사회, 재벌 왕국, 위계와 서열의 사회’라고 합니다.

한겨레신문이 지난 4일 페이스북 영상통화로 박 교수를 인터뷰해 기사화한 내용 중 일부를 아래에 옮겨둡니다. 원문은 여기를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https://news.v.daum.net/v/20180906050607859

한국인이 된 뒤 17년이 흘렀다. 그간 한국 민중의 행복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민중을 불행하게 만드는 요인은 그대로죠. 크게 봐서 한국은 경쟁, 격차, 불안, 위험 사회죠. 한국 직장인의 평균 근속연수가 4년 반밖에 안 됩니다. 오이시디 국가 평균의 절반이죠. 90년대 말엔 평생 고용에 대한 희망의 싹이라도 있었죠. 이젠 희망도 없어요. 좋아진 점은 인권 감수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90년대 말엔 초중고 아이들에 대한 체벌이 일상적이었어요. 지금은 많이 근절됐어요. 매우 기쁜 일입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결정했잖아요. 그땐 그런 단어도 없었어요. 2000년까진 성 소수자란 단어도 없었고 변태라고 했죠. 엄청난 개선이죠.”

그는 1997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 ‘경쟁'이 국시가 됐다고 했다. “이미 순위가 예정된 경쟁이죠.” 민중의 행복을 키우기 위한 네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첫째가 상시고용은 원칙적으로 정규직으로 하는 비정규직 법 개정이며 두 번째는 공공임대주택의 대대적 공급이다. “민간 부문에 비정규직 사용 제한을 두어야 합니다. 계절노동이나 대체 자리엔 임시직을 둘 수 있겠지만 이런 예외를 제외하곤 가능한 정규직을 써야 한다고 (국가가) 기업에 강요해야 합니다. 노르웨이 비정규직은 9%가 되지 않아요. 북유럽은 15% 정도입니다. 이 정도로 줄여야죠.” 셋째는 국공립대 평준화다. “국공립대를 통합해 사람들이 서울대가 뭔지 까먹도록 해야 합니다. 제주대가 1번 공립대가 되고 서울대가 18번 공립대가 되는 것이죠. 노르웨이를 보면 (같은 공립대인) 오슬로대나 베르겐대나 어디를 나오든 차이가 없어요. 학생들이 편하게 선택하죠.” 

마지막은 이민사회를 준비하는 것이다. “유엔 보고서를 보면 30년 뒤 한국 인구가 3600만 명으로 줍니다.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노령 인구를 돌볼 사람도 없어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복지가 좋은 독일도 출산율이 1.5 정도이며, 복지가 가장 좋은 노르웨이도 1.8에 불과해요. 복지를 아무리 개선해도 인구의 자연재생산이 불가능해요. 고용허가제를 없애고 노동이민제를 도입해야죠. 중국과 베트남 사람이 들어와 한국인이 되지 않는 이상 한국은 장기적으로 존립이 불가능해요. 힘들겠지만 심리적 준비를 해야죠. 사실 이게 가장 힘들어요. 하지만 망하지 않으려면 다른 방법이 없어요. 고도 산업 사회는 이민사회가 되지 않으면 존립이 불가능해요. 노르웨이도 매년 5만 명씩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어요.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인구가 줄었을 겁니다. 제가 재직 중인 학교와 학과 교수의 절반이 이민자입니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전철이나 택시 운전사도 다 이민자죠.”

그는 귀화 이후 한국의 군사주의 문화에 날 선 비판을 해왔다. “한국에선 아이들을 해병대 캠프에 보내잖아요. 노르웨이 사회라면 ‘100년의 스캔들’이 될 겁니다. 아동학대죠. 법적 규제가 필요합니다.” 덧붙였다. “한국 군사주의의 가장 큰 근원은 남북 문제입니다. 전쟁이 터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군사주의 문화의 합리적 기반입니다. 남과 북이 조금이라도 군축을 시작한다면 군사주의 문화 근절에 도움이 될 겁니다.”...

그는 유대계이지만 ‘불자’이다. “고교를 다닐 때 러시아어로 된 <법구경>을 읽어 그 진리성을 통감했어요. 신자라기보다는 인과응보, 십이연기, 사성제와 팔정도의 철학적 ‘논리’를 수용하는 것이죠. 노르웨이에선 종교 생활까지는 제대로 못 하고 그저 여유 날 때마다 독경하고 참선을 합니다.”

‘인생의 책’이 있다면? “마르크스의 <자본>과 에리히 프롬이 쓴 <자유로부터의 도피>입니다. 정규직도 자본주의에선 임금 노예에 불과하죠. 생산과 소비 기계입니다. 프롬은 인간이 왜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예가 되려고 애쓰는지 본격적으로 심리 연구를 했어요. 왜 임금 노예의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지, 조직에 속해 있지 않으면 왜 불안해하는지 탁월하게 파악했어요. 마르크스주의자라면 <자유로부터의 도피>와 프랑크푸르트학파인 헤르베르트 마르쿠제의 <1차원적 인간> 정도는 읽어야 합니다.”

그는 신채호 평전을 집필 중이다. “내년까지는 어떻게든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왜 신채호일까? “신채호는 아나키즘을 택했어요. 마르크스주의자가 되면 옛 소련에 예속된다는 생각에 그런 선택을 했죠. 여러 얼굴을 가진 매력적 사상가입니다. 유림에서 출발해 민족주의자를 거쳐 아나키즘으로 갔어요. 유림이란 보편에서 민족이란 특수를 거쳐 아나키즘이란 보편으로 간 것은 합법칙적 주기를 따른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는 사회와 늘 불화했죠. (그런 점에서) 존경스러워요.”

학자의 길을 가는데 유대계라는 정체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물었다. “요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계 사람들에 대해 저지르는 패악을 보면 ‘유대계’라는 말을 꺼내기 부끄러워요. 그런데 ‘유대계’로서의 특징을 꼽자면 하나는 세계성 같은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곳곳에 다 사니까요. 제 가족도 5개국 국적자들이 있죠. 그래서 절로 ‘국경’을 덜 중시하죠. 또 하나는 전체주의에 대한 공포심리 같은 것입니다. 히틀러의 전체주의가 세계유대인 인구의 절반 이상을 말살시켰으니까요. 그래서 거의 체질적으로 ‘국민총화 단결, 멸사봉공’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소름이 끼치죠. 물론 박정희의 유사파시즘을 히틀러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뿌리는 사상적으로 같으니까요.”

한국사 전공자로서 정해놓은 필생의 목표가 있다면? “한국 역사 속에 묻힌 목소리들이 많잖아요. 1920-30년대 공산주의 운동은 북한도 외면했죠. 종파주의란 딱지를 북에서 붙였잖아요. 남한에서도 알려지지 않았어요. 공산주의 운동가는 그나마 경찰 조사 자료라도 조금 있지만 빈민, 여성, 어린이, 장애인, 화교 같은 ‘비국민’의 역사는 덜 밝혀져 있어요. 자료 찾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힘이 닿는 대로 한국적 토양에서의 서발턴(하위 주체)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