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에게
거수경례를 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미는 순간 노 인민무력상은 거수경례를 합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도 거수경례를 하지만 노 인민무력상은 손을 내밉니다.
경례의 엇박자라고 할까요?
그러나 미국에선 이 거수경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치와 외교의 세계에서는 제스처의 상징성도 중요하겠지요.
아래는 경향신문 조호연 논설위원이 이 문제에 대해 쓴 칼럼입니다.
여적]거수경례
한동안 인터넷에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의 거수경례 사진들이 돌았다. 노 전 대통령의 자세는 곧게 편 손, 눈썹 중간에 위치한 손끝 등 거수경례의 표본이라는 평을 얻었다. 반대로 이 전 대통령은 손이 굽은 데다 얼굴을 가려 경례라기보다 햇볕을 가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군필자와 미필자’의 차이라는 뒷말이 돌았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선풍을 일으킨 여자 컬링 국가대표 ‘안경선배’ 김은정의 거수경례도 화제였다.
거수경례의 기원은 다양하다. 로마시민이 ‘나는 무기가 없다’고 알리려고 머리 위로 오른손을 치켜든 데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고, 중세 기사들이 인사하기 위해 헬멧의 얼굴 가리개를 오른손으로 들어올리던 관행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거수경례는 국가마다 다르다. 영국 육군은 손바닥이 전방을 향하게 경례하지만 해군은 손바닥이 아래를 향하게 한다. 폴란드는 손가락 2개만 펴는 ‘두 손가락 경례’를 하는데, 포탄에 맞아 손가락 3개를 잃은 병사가 남은 2개의 손가락으로 경례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거수경례는 종종 인생을 바꾼다. 김장수 전 국방장관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경례하지 않고 악수만 한 것으로 알려져 출세가도를 달렸다. ‘꼿꼿장수’란 별명과 함께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대사 등 주요 공직을 역임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고개 숙여 인사했는데, 등을 세운 채 악수하는 장면만 보도됐다고 한다. 이 말대로라면 왜곡을 바로잡지 않고 이득을 챙긴 셈이다. 지난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한 북한 박영식 인민무력상은 공교롭게도 회담 직후 교체돼 거수경례 때문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에게 거수경례를 했다가 미국 내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노 인민무력상이 거수경례를 하자 답례한 것인데도 “적군의 장군에게 경례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는 것이다. 외국군 장교의 경례에 화답하는 것은 당연한 예의일 것이다. 그런데도 반발하는 것을 보면 미국의 ‘레드 콤플렉스’도 한국 못지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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