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가며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른다는 겁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양식을 가진 사람이 보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을 하곤 합니다.
요즘 시국에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그 좋은 예일 것 같습니다.
황 대행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람으로 그의 파면에 기여한 바가 지대하지만 황 대행 자신은 그런 사실을 모르는 듯합니다. 그러니 그가 대통령선거에 나갈까 고민한다는 얘기가 도는 것이지요. 오늘 경향신문 사설에
왜 황 대행이 대통령후보가 되면 안 되는지가 잘 나와있습니다. 황 대행이 지금이라도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이 나라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는 일만은 피할 수 있도록.
아래에 경향신문 사설을 옮겨둡니다.
황 대행이 대선출마 한다는 게 말이 되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어제까지 3일 동안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채 보고만 받으며 권한대행으로 계속 남을지 아니면 출마할지를 놓고 숙고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주 중으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대선일을 공고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그에 맞춰 자신의 출마 여부도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
황 권한대행이 출마할지 여부는 그의 자유다. 그는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구여권 인사로는 1위를 달리는 유력 후보다.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경남지사와 황 권한대행이 대선 경선에서 경쟁하면 흥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의 출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심지어 황 권한대행을 염두에 두고 대선 예비경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까지 제정, 당내 분란이 조성되고 있다. 이런 위상에도 불구하고 황 권한대행이 이번 대선에 출마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
우선 황 권한대행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실정에 너무나 큰 책임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온갖 비리가 황 권한대행이 총리로 또는 법무장관에 있을 때 저질러졌다. 박 전 대통령의 비리를 몰랐다는 것만으로는 덮을 수 없는 책임이다. 법무장관 시절에는 세월호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시대착오적인 정책에 책임을 져야 할 인물이 바로 황 권한대행 자신이다.
황 권한대행이 대행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면 달리 생각해볼 여지도 있겠다. 그러나 국가를 위해 공평무사하게 국정을 관리했다는 본인 평가와 달리 시민들은 그가 박근혜 정권의 실패를 연장했다고 보고 있다. 국정교과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등 논란이 많은 정책을 강행, 국론을 분열시켰다. 국회에 출석하지 않으려는 권위주의적인 모습도 보였다. 막판에는 박 전 대통령·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을 거슬러 특검 연장을 거부했다. 황 권한대행이 무엇을 했다고 시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나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그에게는 탄핵 정국에서 내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중차대한 임무가 맡겨졌다. 박 전 대통령이 헌법 위반으로 대행체제라는 부담을 시민들에게 안겨준 것도 모자라, 황 권한대행이 대행의 대행체제라는 위태로운 상황을 조성하겠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에게 맡겨진 책임을 내팽개치고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겠다는 그 생각만으로도 그는 이미 대선에 나설 자격이 없다. 운동경기 심판이 선수로 뛸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반칙이다.
행여 시간을 끌다가 보궐선거 시 공직자 사퇴시한(투표일 30일 전)에 맞춰 갑자기 후보로 나서는 일은 꿈도 꾸지 말기 바란다. 아니, 황 권한대행이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시민을 슬프게 한다. 파면된 대통령을 배출한 정권의 총리라면 내각 관리라도 잘해냄으로써 잘못을 조금이라도 덜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도 시원찮을 마당에 대선 출마라니. 그런 몰염치를 보고 싶지 않다.
'동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근혜 자택 주변 소음과 빨갱이(2017년 3월 20일) (0) | 2017.03.20 |
---|---|
배우 김민희 씨의 문화훈장(2017년 3월 16일) (0) | 2017.03.16 |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퇴임(2017년 3월 13일) (0) | 2017.03.13 |
한국사회 남녀 평등(2017년 3월 9일) (0) | 2017.03.09 |
한국인 소비 심리(2017년 3월 6일) (0) | 2017.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