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끝자락, '송년(送年)'하되 '망년(忘年)'해선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세월호 비극의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것입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가라앉던 날, 박근혜 대통령이 오전 10시 30분 이후 오후 5시 15분까지 무엇을 했는지, 그 6시간 45분의 행적은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조금 전 인터넷 한겨레에서 본 이제훈 사회정책부장의 기사를 옮겨둡니다. 이런 동행이 있어 불행 중 다행입니다.
대통령의 7시간, 그 기괴함에 대하여
아베·오바마 하루 일과, 누구와 언제 시분도 낱낱이 공개
세월호 당일 박 대통령의 감춰진 행적과 침묵 참사 불러
대통령 행적은 국민 알권리…책임 소재 차원에서 밝혀야
[편집국에서]
“8월10일. <오전> 야마나시현 나루사와무라의 별장에서 보냄. <오후> 12시46분 야마나시현 후지카와구치코마치의 이탈리아 요리점 ‘리체타’, 모친 요코상, 비서관과 식사. 2시3분 별장. 오후 6시34분 야마나시현 중국요리점 ‘호궁’(湖宮), 친구들과 식사. 8시59분 별장.” “8월11일. <오전> 별장에서 보냄. <오후> 2시59분 도쿄 도미가야 자택. 5시58분 중의원 제1의원회관 치과진료실에서 치료. 6시48분 도쿄 요쓰야의 불고기집 ‘류게쓰엔’, 지지통신의 가토 기요타카 해설위원, 정치 저널리스트 스에노부 요시마사, 다카하시 요이치 전 내각참사관과 식사. 9시14분 자택.”
<아사히신문> 4면에 실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10일(일)·11일(월) 행적이다. 총리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뭘 했는지 실명으로 분 단위까지 적시돼 있다. 어머니와 식사, 치과 치료, 몇몇 언론사 간부와 식사 등이 모두 공개 대상이다. ‘총리의 하루’는 일본의 주요 일간지에 날마다 실리는데, <교도통신> <지지통신> 담당 기자가 직접 관찰한 사실과 총리실에서 밝힌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다.
세월호가 침몰한 4월16일, ‘박근혜의 사라진 7시간’의 진상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그 뒤 살아 돌아온 세월호 승객이 단 한명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껏 청와대·새누리당이 밝힌 내용은 앞뒤가 맞지 않아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청문회에 부르자는 야당 요구에 “대통령의 사생활을 얘기하겠다는 것 아니냐”(7월30일)더니, “대통령은 기침해서 취침할 때까지가 근무시간이며 사생활이란 없다”(8월13일)고 말을 바꿨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8월1일)란다. 총리 일정을 분 단위까지 밝히는 일본 신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정을 5분 단위까지 공개하는 백악관은 뭔가?
조원진 의원은 세월호 침몰 당일 오전 10시 첫 보고 이후 오후 5시15분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날 때까지 모두 18차례 보고가 이뤄졌다고 13일 말했다.(애초 청와대가 국회에 밝힌 ‘서면·유선 보고 24회’와 상충한다.) 내용을 뜯어보면 더 이상하다.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한 건 오전 10시15분과 10시30분 두차례뿐이다. 그 뒤론 무반응이다. 대책회의도 없었다. 이렇게 304명의 목숨이 걸린 6시간45분이 대통령의 침묵 속에 속절없이 흘러갔다. 기괴하다. 그러곤 대통령은 그날 오후 5시15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나와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들을 발견하거나 구조하기가 힘이 듭니까”라고 물었다. 생뚱맞다.
김기춘 비서실장 등 청와대 쪽은 그 ‘7시간’ 동안 “대통령은 (청와대) 경내에 계셨다”는 말만 되뇌고 있다. 그래서 어쨌다는 건가? 중요한 건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대응했는지다. 국민 304명이 수장될 절체절명의 순간에 대통령이 챙겨야 할 다른 중대사가 도대체 뭔가? 청와대 참모들이 언제 무엇을 어떻게 보고했는지, 그에 따라 대통령은 어떤 판단을 하고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지시했는지, 반드시 밝혀져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책임 소재를 정확하게 가려 대참사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세간에 떠도는 입에 담기 민망한 소문엔 관심없다. 대한민국 국민은 ‘7시간의 진실’을 알 권리가 있고, 대통령과 청와대는 밝힐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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