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서 숨진 김유민 양은 안산 단원고 학생이었고 김영오 씨의 딸이었습니다.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에서 적어도 304명이 숨졌습니다. 제가 '적어도'라고 하는 건 그 배에 탄 사람의 수가 승객 명단의 수를 초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지만 세월호 사건은 단순한 사고가 아닙니다. 구할 수 있는 승객을 구하지 않은 '사건'입니다.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세월호특별법'을 만들어 진실을 밝히자고 하는 건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가 모든 노력을 기울여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냈다면 유족들과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지금껏 세월호특별법의 제정을 요구하고 있지 않을 겁니다.
세월호 사건 직후 유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유족들의 뜻을 받들어 진상을 규명해내겠다던 박 대통령은 이 일을 모르쇠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며 시장을 찾고, 7.30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새누리당은 유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은 피해자들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는 것으로 사법체계를 흔드는 것이라고 발뺌합니다. 야당으로서 존재의의를 일찌기 포기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유족들과 협의도 하지 않고 제 멋대로 새누리당과 합의해 유족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4월 16일부터 지금까지 이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얼마나 비상식적이며 부당한지 알 것입니다. 추악한 정치적 계산과 후안무치가 판치는 서울 한복판에서 유일하게 청정한 이는 유민 아빠 김영오 씨입니다. 아니 이제 그는 딸을 잃고 슬픔에 잠긴 한 사람의 아버지가 아닙니다. 그는 그 어떤 종교적 성자보다 거룩한 '성인(聖人)'입니다. 진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이, 유민 아빠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요. 이 구정물 같은 세상은 김영오 씨를 담아두기에 너무도 더럽지만 우리에겐 그가 그 누구보다 필요합니다. 아래는 오늘 한겨레신문에 실린 김영오 씨 관련 기사입니다.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
“딸이 살려달라 외치는것 같아”
휴직계 내고 단식농성 시작
정부와 국회 외면 속에
그는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다
“세월호법 제정을 보지 못하면
유민이 볼 낯이 없습니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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