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25일 "오늘 이후로 벌어지는 흑색선전에 대해 당사자와 유포자에게 가능한 모든 법적, 정치적, 사회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합니다. 박 후보는 서울 종로 5가 광장시장 옆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그 이유는 그 전날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 측이 박 후보 부인이 선거운동에 참여하지 않는다며 `박 후보 부인 출국설' 등 각종 루머를 퍼뜨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서울시장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꿈과 정책을 밝혀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아야 할 때 남의 부인에 대해 관심을 갖는 정 후보도 이상하지만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라는 최경환 씨는 더욱 이상합니다. 최 위원장은 오늘 자기 당의 서울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박 후보가 "지금 당장 국민 앞에서 자기 생각과 배우자가 어떤 분인지 밝히는게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분이 '도리'라는 말의 뜻을 알고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유권자는 후보의 배우자나 시장의 배우자보다 후보나 시장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정책과 비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 관심의 초점을 부인에게로 돌리는 정 후보 측이야말로 유권자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그런데, 정 후보는 왜 남의 부인에 대해 이렇게 궁금해하는 걸까요? 자기 부인이 물의를 일으켰는데 상대 후보의 부인은 조용하니 그 부인을 자극해서 물의를 일으키게 하고 싶어서일까요? 저로서는 이런 상황에서도 박 후보가 정 후보의 부인 -- 아들의 '미개' 발언에 관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나 아들 --'국민이 미개'하다는 발언의 당사자 --에 대해 아무런 비난이나 언급을 하지 않는 게 참 놀랍습니다.
아래에 25일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가 얘기한 내용을 옮겨둡니다. 아래 발언 후에 질의응답이 있었으나 그 내용은 여기에 싣지 않았습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진성준 대변인이 말씀하신 것처럼 후보로 서울시민들 만난지 열흘이 지났고 열흘이 남았습니다.
반을 돈 셈인데, 배낭을 매고 서울시내 골목을 다니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도봉산 등산객들을 만났습니다.
많은 시민들과 이야기 나누고 그분들의 소망을 담다보니 제 배낭의 무게가 자꾸 더해지고 있습니다.
제게 바라는 것, 서울시에 바라는 것들은 작았습니다.
공통분모 있었습니다. 참으로 소박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새벽 네 시 버스에서 만난 어느 할머니 말씀은 “새벽에도 지하철을 다니게 해달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분들은 청소노동자, 경비노동자, 일용직, 재수생이었습니다.
그중에 또 한 분은 “임금이 너무 작아! 기본급을 올려줘! 매 달 다 합쳐도 90만원이 안된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버스 안의 많은 사람들이 웃었습니다.
그러나 웃음 이상의 절박하고 무거운 소망으로 들렸습니다.
웃음소리와 함께 열심히 사는 분들의 소망을 제 배낭에 담았습니다.
선거를 시작하며 드린 약속은 작고 조용한 선거, 유세차 없는 선거, 네거티브 없는 선거, 돈 안드는 선거였습니다. 걱정이 없지 않았습니다. 안일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 많았습니다.
지금도 사실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작게, 소박하고, 주변 통행인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기존 선거문화에 익숙한 시민들께서 받아 들여 주실까하는 걱정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선거문화의 실천은 저와 우리 캠프의 절실한 표현입니다.
우리가 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면, 우리가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정말로 믿는다면, 이번 선거에서부터 지금으로부터 변화하지 않으면 새정치도 있을 수 없다, 시민들의 소망을 부응할 수 없다는 그런 절박함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역시 시민들은 위대했습니다.
모든 답은 시민들이 가지고 계셨습니다.
잠시라도 서울 시민의 현명함을 의심하고 걱정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운동화를 신고 거리로 나섰는데, 먼저 다가와주는 시민들이 참으로 많았습니다.
많은 선물들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껴안아주시는 시민들이 많았습니다.
정말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 시민들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새로운 변화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새정치는 이렇게 서울 시민들로부터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정치의 모습은 아직 서울 시민들의 수준에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선거는 경쟁입니다.
치열하게 싸우고 내가 상대후보 보다 더 낫다고 유권자에게 한표를 호소하는 건 너무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우리 모두는 더 나은 내일을 만들겠다는 서로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시민들이 서울시장 후보에게 서울시장을 꿈꾸는 후보에게 바라고 기대하는 수준과 품격이 있지 않겠습니까?
함께 꿈꿀 수 있는 정책을 내어놓고 정정당당한 평가를 기다리는 게 서울시민에 대한 도리입니다.
선거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현재의 선거는 정쟁뿐입니다.
사실에 근거한 정책에 대한 비판과 공격이라면 얼마든지 좋습니다.
서울에 대한 다른 비전 역시 함께 논쟁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험악한 정치판이라고 하더라도 넘지 말아야할 금도가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어제 정몽준 후보 측 대변인은 제 아내 출국설까지 제기했습니다.
정치인 가족이라는 사실만으로 아무런 근거 없이 고통받아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저는 지난번 보궐선거에도 저와 제 가족에 대한 근거 없는 흑색선전으로 말 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더 이상 이런 선거판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습니다.
제 가족을 근거 없는 음해와 흑색선전으로부터 지키는 것은 시장후보이기에 앞서서 한 사람의 가장으로서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크게는 새로운 선거문화를 만들겠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 가족에 관해 정말 말도 안되는 루머가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분명하게 경고합니다.
오늘 이후로 벌어지는 이러한 흑색선전에 대해 당사자와 유포자에게 가능한 모든 법적, 정치적, 사회적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다시는 이러한 추악한 선거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도록 뿌리 뽑겠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이번 선거의 승패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정몽준 후보에게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이번에 선거에서 맞서고 있지만 과거의 적지않은 인연 속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었다고
저는 믿습니다.
집권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기대감도 있을 것입니다.
캠프 내에서 행해지는 금도를 넘는 어떤 행위도 지금부터 중단해야 합니다.
네거티브 선거나 거짓말 하지 맙시다.
그것이 서울시장 후보로서 서울시민들에게 갖추어야 할 최소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낡은 사고, 낡은 리더십, 낡은 시스템으로는 나아갈 수 없음을 얼마 전 크나큰 아픔을 겪으면서 우리 모두가 뼈저리게 절감하지 않았습니까?
새로운 변화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내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어야합니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책임이 있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남은 선거기간 함께 만들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서울에서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걷고 또 많이 만나 뵈었습니다.
더 많이 시민들 속에서 선거운동을 하겠습니다.
시민들이 가진 서울시에 대한 자긍심과 성숙한 열망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그 모든 소망을 배낭에 담지 못할까봐 걱정도 했습니다.
그런데 배낭이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모두 함께 메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소박한 소망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그 시민 속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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