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애인은 책을 별로 읽지 않았습니다. 저는 책 읽기를 좋아했습니다. 책 읽기처럼 재미있는 일을 즐기지 않는 게 궁금해 어느 날 그에게 왜 책을 읽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가 반문했습니다. 왜 그리 책을 읽느냐고. 재미있어서 읽는다고 하니 그는 자신은 책 말고도 재미있는 게 많다며, '책은 한 권만 제대로 읽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 책이 어떤 책이냐 물으니 헤르만 헤세의 라고 했습니다. 불교 신자도 아닌 사람이 라니...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가 자신의 문고판을 빌려주어 저도 그 책을 읽었지만, 왜 그 책 하나만 제대로 읽으면 된다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한 십년쯤 후 다시 그 책을 읽는데 참 좋았습니다. 왜 그 책 한 권만 제대로 읽으면 된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아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