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정월대보름. 달을 보러 옥상에 올라갔습니다. 나쁜 제 눈에도 밝고 둥근 달이 동쪽 하늘에 둥두렷했습니다. 제 손 좀 잡아주세요! 하고 외치면 잡아줄 듯 다정해 보였습니다. 달을 올려다보니 저절로 기도하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안녕을 빌었습니다. 아주 짧은 만남이었지만 큰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둥글긴커녕 비죽비죽 날카로운 성정, 어둠을 밝히긴커녕 어둠 속에서 허우적대는 아이 같은 노인... 달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거울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당신 같은 사람이 되게 하소서' 빌었습니다. 빛을 내되 햇살처럼 날카롭지 않게 하소서. 어둠을 밝히되 스스로 너무 밝지 않게 하소서. 당신처럼... 차별하지 않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