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일기 14: 추억은 무거워(2019년 10월 30일)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수희가 이맘 땐 아예 떠나지 않습니다. 제 몸무게쯤 될 수박을 들고 평창동 언덕길을 올라오던 모습과 단양 사과밭 사이 오두막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던 모습이 자음과 모음처럼 만났다 헤어졌다 합니다. "저예요." 전화선을 타고 오는 그의 정갈한 목소리가 그립습.. 나의 이야기 2019.10.30
첫눈 (2011년 12월 9일) 눈이 날립니다. 하늘에 사는 내 친구의 엽서입니다. ‘잘 있어요? 전 잘 있어요.’ 예의바른 인사는 일 년처럼 짧지만 쓰여지지 않은 그리움은 추억처럼 깁니다. ‘저도 잘 있어요. 밥 먹고 잠자고 똥 싸니 온몸 가득 무엇이 자라고 있어요.’ 몸은 마흔에 만나 쉰도 못되어 헤어졌.. 나의 이야기 2011.12.09
재스민과 군자란 (2011년 6월 18일) 컴퓨터 바탕화면이 군자란에서 재스민으로 바뀌고 나니 제 마음까지 달라집니다. 주홍 큰 꽃이 화려하고 짙푸른 잎이 넓직한 군자란을 대하면 저도 모르게 기가 솟곤 했는데, 보라색 재스민 꽃과 손톱보다 조금 긴 작은 잎들을 보면 들떴던 마음도 가라앉습니다. 마음이 시선을 좌우하는.. 나의 이야기 2011.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