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방 한쪽 벽에는 커다란 세계지도가 걸려 있습니다. 제가 누구인지 잊지 않으려 걸어 놓은 것입니다. 저는 김흥숙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사람, 한 가족의 일원일 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일원이라는 것을 기억하려는 것이지요. 제 나날이 평탄할 때도 저 지구촌 곳곳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제 몸과 마음이 아플 때, 저 지구촌 곳곳에 내 몸 같은 몸이 얼마나 많을까, 내 마음 같은 마음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면 제가 겪는 고통이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의 강도는 시야의 크기와 반비례할지 모릅니다. 시야가 좁을수록 자신의 고통을 크게 느낄 거라는 것이지요. 새해 두 번째 토요일, 세계는 여전히 겁에 질린 채 바이러스의 퇴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