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노년일기 49: 어젯밤 달 놀이 (2020년 9월 1일)

간밤엔 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온 9월 냄새에 눈을 뜨니, 어머나... 동숙생의 얼굴에 달이 앉아 있었습니다. 잠시 일어나 서성이다가 잠자리로 돌아가니 저 누울 자리에 달이 먼저 누워 있었습니다. 호오... 어쩐다... 잠시 고민하다 ‘달이 알아서 하겠지’ 하고 누웠습니다. 달은 천연덕스럽게 제 다리 위에 앉았습니다. 달이 궁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감았던 눈을 다시 뜨니 이번엔 제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괜히 눈물이 났습니다. 달보다 가볍고 부드러운 손은 만난 적이 없습니다. 달만큼 환하되 눈부시지 않은 빛도 본 적이 없습니다. 달처럼 짓궂되 깊은 위로를 주는 친구도 없었습니다. 오래 전 어머니는 어린 저에게 ‘태양 같은 사람이 되어 주변을 비추라‘ 하셨..

나의 이야기 2020.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