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코로나' 신조어: 말의 중요성(2020년 3월 11일)

divicom 2020. 3. 11. 11:53

세상 어떤 언어로도 생각과 감정 모두를 담아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말은 중요합니다.

말이 생각과 감정을 규정하는 일이 흔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먹는 음식을 보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을 흉내 내어

'당신이 쓰는 말을 보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2020년의 한국인은 그 어느 시대 한반도 사람들보다 더 많은 외국어를 씁니다.

외래어가 되기엔 너무나 생경한 외국어들이 그대로 한국인의 입에서 입으로 옮겨다닙니다.


전 세계를 멈춰서게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여러 개의 외국어 단어를 들여왔습니다.

예를 들면 '코호트(cohort)' '드라이브쓰루(drive-through)' 같은 것이지요.


국어연구원에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이런 외국어를 대체할 우리말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코호트 격리'는 '동일 집단 격리'로, '드라이브쓰루'는 '승차 진료'로 했다고 합니다.

저라면 '드라이브쓰루'를 '승차 진단'으로 하겠습니다. '진료'는 '진단'과 '치료'를 뜻하는데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드라이브쓰루'는 '진단'일뿐 '치료'는 아니니까요.


커피전문점이나 햄버거집에도 '드라이브쓰루'가 있는데 그건 뭐라고 해야 하느냐고요?

'승차 주문' 또는 '승차 구매'가 어떨까요?



여적]‘코로나’ 신조어

조운찬 논설위원

지난해 12월 말 중국 우한시에서 첫 환자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감염병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중국 언론은 ‘원인 불명 폐렴’이나 ‘우한 중증 폐렴’으로 보도했다. 외국에서는 ‘우한 폐렴’이라 불렀다. 감염병이 이름을 얻기까지에는 한 달 넘게 걸렸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지난달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폐렴’으로 명명하자 사흘 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019(Corona Virus Disease 2019,COVID19)’로 확정했다.

COVID19는 ‘2019년에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 질병’이라는 뜻이다. 중국어 공식 명칭은 ‘신형관상병독폐렴(新型冠狀病毒肺炎·신형폐렴)’이다. ‘관상병독’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뜻. 한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약칭 ‘코로나19’)으로 부른다. 일본어 명칭은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이며, 약칭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신형폐렴’이다. 하나의 감염병을 놓고 한·중·일이 부르는 이름이 조금씩 다르다.

사물에 이름을 붙이는 일, 정명(正名)은 중요하다. 이름을 보면 특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외래어를 번역하는 일은 또 다른 정명이다. 번역어의 생명은 정확한 의미와 함께 언중의 눈높이 그리고 시의성이다. 초창기 영어사전에서는 발코니(balcony)를 ‘툇마루’, 치즈(cheese)를 ‘소젖메주’로 옮겼다고 한다. 지금은 발코니, 치즈일 뿐이다. ‘hot potato’의 번역어는 ‘뜨거운 감자’다. 그러나 의미가 불분명하다. ‘골치 아픈 문제’로 의역하는 게 옳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팬데믹, 코호트 격리, 진단 키트 등 감염병 관련 외래어가 유행하고 있다.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의학 용어들이다. 어렵고 생소한 어휘의 사용은 국민을 정보에서 소외시킬 수 있다. 다행히 국립국어원의 새말모임에서 발 빠르게 우리말 번역어·대체어를 내놓았다. 팬데믹(pandemic)은 ‘감염병 세계적 유행’, 에피데믹(epidemic)은 ‘감염병 유행’, 인포데믹(infodemic)은 ‘악성 정보 확산’, 코호트(cohort) 격리는 ‘동일 집단 격리’, 진단 키트는 ‘진단 도구’,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는 ‘승차진료’로 다듬었다. 쓰기도 쉽고 이해도 잘된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3102053015&code=990201#csidxbfc37b4231d0514a3fe3ecd2bc4cd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