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노회찬, 그리고 '제6의 멸종'(2018년 7월 24일)

divicom 2018. 7. 24. 10:31

어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자살 소식으로 받은 충격이 가시질 않습니다.

뻔뻔한 사람들은 다 잘 살아 있는데...


9월이면 떠나신 지 3년이 되는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동창 하나 없이 외로웠던 아버지... 노회찬 씨와 영안실 동창이 되셨네요.

아버지, 부디 그를 위로해 주소서.


아버지가 왜 "정치는 하지 말라"고 하셨는지

이제야 이해할 것 같습니다.

자기에게 엄격한 자, 수치심을 쉽게 깊이 느끼는 자,

당당하고 싶은 자, 약한 자에게 약하고 강한 자에게 강한 자...

그들에게 가장 어울리지 않는 일이 정치라는 것을...

그들에게 지금 이 세상은 존재하기조차 힘든 곳이라는 것을...


온 지구가 기록적 열파에 갇히어 인류의 멸망이 멀지 않다고 합니다. 

인류가 한 짓과 하고 있는 짓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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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제6의 멸종

2018.07.24

아파트 고층에 앉아도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밤에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서울은 섭씨 38도를 기록했고 일부 내륙 도시는 39도 이상 올라갔습니다. 오죽했으면 대구의 더위를 아프리카에, 울산 더위를 브라질에 비유하여 ‘대프리카’ ‘울라질’이라는 표현까지 나왔을까요. 에어컨은 이제 필수품처럼 됐습니다만, 에어콘 바람이 싫거나 전기 요금을 감당할 수 없어 이를 설치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 여름 나기가 어렵습니다.

기상청이 발표한 것을 보면, 1994년 폭염 기록이 사상 최고였다고 합니다. 그에는 못 미쳤지만 2016년에도 폭염이 우리를 괴롭혔는데, 올해 더위가 어떤 기록을 낼지 걱정됩니다. 사실 걱정이 아니라 두렵습니다. 폭염은 단순히 열파만 몰고 오지 않습니다. 무슨 전염병을 확산시킬지 알 수 없고, 해수면과 내수면 수온을 높여 생태계가 파괴될지도 모릅니다. 또 높은 수온의 영향으로 태풍이 한반도를 두들길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남의 나라 일로 가볍게 보고 넘겼는지 몰라도, 7월 초순 태풍 삐라뿔룬이 몰고 온 폭우가 서 일본에 쏟아지면서 200여 명의 사상자와 실종자를 낸 재앙이 한국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세계가 열파에 휩싸였습니다. 미국, 캐나다, 중국, 아프리카, 유럽 모두 기록적인 폭염으로 시달리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폭염이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산불이 기승을 부리는 일입니다. 산불이라면 미국 서부, 인도네시아, 스페인 등 열대나 온대 지역에서 여름 기온이 올라가면서 발생하는 게 일반적인 패턴인데, 올해는 놀랍게도 북극권이 걸쳐있는 스웨덴과 알라스카 등 고위도 지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사실입니다. 스웨덴의 경우 강수량이 예년에 비해 7분1 이하로 떨어져서 가뭄과 함께 산불이 광대한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고 있습니다. 산불 진화에 힘이 모자라 유럽 인접국가에 소방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기상청에 의하면 기록적인 폭염의 원인으로 10년 주기로 찾아드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이 크다고 합니다. 게다가 티베트 고원에서 형성된 히트돔(heat-dome)이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이 폭염이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재앙이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지구의 변화, 즉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한 결과 생긴 기후변화의 문제라면 생각이 달라져야 합니다. 아마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세계는 지구온난화 문제로 세계여론이 들끓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류가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면서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CO2)를 대량 배출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눈엔 보이지 않는 이 온실가스가 매년 누적되면서 기온이 꾸역꾸역 올라가고 있습니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지난 5월 이산화탄소 농도가 410ppm을 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2013년 5월 400ppm이었으니 4년 동안 10ppm이 늘었습니다. 이 숫자를 그냥 보면 아무 관심거리도 못되지만, 과학자들이 분석하는 걸 보면 오싹한 변화입니다.


1880년 석탄을 쓰며 산업혁명이 시작될 때 이산화농도가 280ppm이었던 것이 1958년에 315ppm으로 상승했고, 21세기 들어 급격히 높아졌습니다. 지구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와 기후는 거의 일치하여 움직였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산화탄소 농도 410ppm은 300만 년 전과 같습니다. 그때 지구의 기온은 지금보다 섭씨 2~3도 높았고, 바다 수위는 18~24m 높았습니다. 이렇게 되면 상하이 뉴욕 런던 자카르타 등 세계의 해안 대도시는 모두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것입니다. 지금 누리고 있는 인류문명은 지속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기후변화의 진행을 상정하여 나오는 것이 ‘제6의 멸종’입니다. 제6의 멸종, 그 대상은 인류라는 경고입니다. 믿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100년 후 여러분의 손자손녀들이 맞닥뜨릴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ppm은 미량의 농도를 측정하는 단위로, 1ppm은 100만 개 중 1을 의미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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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수종

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 생활. 환경과 지방 등에 대한 글을 즐겨 씀.
저서로 '0.6도' '다음의 도전적인 실험' 등 3권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