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쓰레기를 통해 본 한국과 일본의 차이(2016년 9월 16일)

divicom 2016. 9. 16. 21:01

추석이 지나고 나니 골목은 물론 큰길가에도 어지럽게 흩어진 쓰레기들이 보입니다. 쓰레기는 각 지역마다 분리 

배출하는 요일이 정해져 있지만 그런 것에 관계없이 아무 때나 거리에 쓰레기를 내다 버리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선거 때가 되면 그런 사람들도 다 유권자로서 한 표를 행사하니 형편없는 정치인들이 소위 '지도자'로 선출되는 것이겠지요.


엊그제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재해에 대처하는 한국과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교하는 말이 많았지만, 두 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입니다. 정부의 수준은 유권자의 수준, 즉 시민의 수준인데 우리는 시민의 수준이 낮으니 유권자의 수준도 낮고 그러다보니 정부의 수준 또한 형편없는 것이겠지요. 정부를 욕하면서 시민으로서 

해야 할 일은 엉망으로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 때문에 거리 곳곳이 쓰레기장입니다. 참 부끄럽습니다. 


마침 한겨레신문 인터넷판에 정은주 기자가 일본의 쓰레기 분리 수거에 관한 기사를 썼기에 아래에 옮겨둡니다. 

기사 원문과 관련 사진은 아래 주소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761448.html?_ns=r2

악취 주범 ‘음식물쓰레기’, 냉동창고에 보관한다구요?

지난 9월 1일 일본 도쿄 중심부인 이다바시역 근처에 있는 도쿄청소노동조합사무실 복사기 옆에 이미 사용한 스테이플러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스테이플러는 불에 타지 않는 ‘불가연 쓰레기’라서 종이와 분리해 놓은 것이다. 통역을 맡은 오하타 마사키는 “가정에서 재활용할 때도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지하철 청소노동자가 가입해 있는 민주노총 여성연맹의 이찬배 위원장은 “우리나라 지하철 승객은 남은 커피도 따로 버리지 않고 쓰레기통에 집어넣어서 청소노동자가 분리하고 있다”며 “스테이플러까지 철저히 분리하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일본은 생활쓰레기를 매우 엄격하고 구체적으로 분류·수거하고 있다. 8년간 일본에서 살아온 김인자(42)씨는 “이사해 구청에 전입신고를 하면 ‘생활 정보 자료집'을 받는데 가장 강조하는 게 생활쓰레기 분리방법”이라며 “날마다 수거하는 쓰레기 종류가 다른데 이를 표시한 달력을 6개월마다 구청이 나눠준다”고 말했다.

도쿄 하치오지시가 펴낸 ‘가정용 쓰레기 재활용품 수거 달력과 자료집'을 보면, 생활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담는 쓰레기와 재활용품으로 크게 나뉜다. 종량제 봉투는 ‘가연성'과 ‘불연성'으로 다시 분리되는데 음식물, 장난감, 문구 용품 등은 가연성, 철, 유리 등은 불연성으로 배출해야 한다. 건전지나 형광등 등 유해성 쓰레기는 투명 봉투에 넣고, 용기포장 플라스틱은 바구니에 담고, 종이는 묶어서 내놓아야 한다.

배출 방법은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돼 있다. 예를 들면 기름이 담겼던 페트병은 거꾸로 뒤집어 기름을 완전히 없애고, 골판지의 접착테이프는 전부 떼어 내고, 티슈 상자의 입구 쪽 비닐도 떼어 플라스틱으로 분리해야 한다.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환경미화원이 아예 수거하지 않는다. 지방정부(구청)가 청소 업무를 직접 관리하기에 이런 제재가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 지방정부는 1995년부터 생활쓰레기 처리를 외주화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에서 청소노조를 결성한 뒤 환경미화원으로 5년째 일하는 이선인 민주노총 일반노조협의회 의장은 “우리나라는 주민들이 분리수거를 제대로 해도 용역업체가 한 청소차에 꾸겨 넣어 집하장에서 재분리하기도 한다”며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하지 않으니까 주먹구구로 이중, 삼중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일본의 쓰레기 분리·수거는 공공기관에서도 철저했다. 도교 도청사는 지하에 사무실 쓰레기와 재활용품을 압축 처리하는 폐기물처리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선 직원들이 가연성과 불연성, 페트병, 플라스틱, 종이 등으로 쓰레기를 분리한다. 이 쓰레기는 지하로 옮겨져 압축되고 전문업체게 수거·운반한다.

지난 8월 30일 도쿄 신주쿠에 있는 도교 도청사 지하 폐기물 처리장을 방문해보니 악취가 전혀 나지 않았다. 악취의 주범인 ‘음식물쓰레기'를 영하 5도 ‘냉동창고'(음식물폐기물 저장고)에 보관하기 때문이다. 구내식당 등에서 수거한 음식물쓰레기는 물기를 제거한 뒤 이 저장고에 따로 보관했다가 배출한다고 했다. 무가시 다츠히코 도쿄도청 총무부 직원은 “음식물폐기물 저장고는 25년 전 도쿄도 청사가 건립될 때부터 있었다”며 “대형건물은 대부분 이런 시설을 지하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 국장은 “우리나라 공공기관은 폐기물처리시설을 자체적으로 갖춘 곳이 거의 없다”며 “음식물폐기물을 위한 냉동시설도 처음 봤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