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이화여대 사태: 최경희 총장의 편지(2016년 9월 3일)

divicom 2016. 9. 3. 08:18

'미래라이프대학'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단과대학 설립을 소리없이(?) 추진하다 학생들의 반발을 사서 심각한 

학내분규를 야기한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 이 학교 백여 년 역사상 처음으로 경찰병력을 교정으로 불러들인

최 종장, 학생들로부터 사퇴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최 총장이 어제 졸업생들에게 이메일 편지를 보냈습니다. 


편지에는 마음을 바꾸는 편지도 있고 상황을 바꾸는 편지도 있고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편지도 있는데, 

이 편지는 어떤 편지일까요? 


뒤늦게나마 '소통'을 위해 나섰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박근혜 대통령과 꽤 가까운 사이라는 최 총장... 

'깃털이 같은 새는 함께 모인다'고 하는데, 이분들을 가깝게 만든 깃털은 어떤 것일까요? '자기 합리화' 깃털이나

'불통' 깃털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Ewha Womans University 
 

이화 동문들께 드리는 글

 

 

 

안녕하십니까? 모교 총장 최경희입니다.

 

지난 몇 주간 이화교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로 인해 많은 이화 동문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안부를 여쭙습니다. 총장으로서 이번 일과 관련하여 이화 동문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이는 학교가 추진하는 사업의 목적과 취지에 대해 충분하게 소통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동문 여러분의 지도와 질책을 받고자 합니다.

 

화합이라는 대의를 위해 미래라이프대학 결정을 철회했습니다.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으로 촉발된 이번 논란에 대해 학교본부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는 판단 하에 전면 철회를 결정한 바 있습니다.

 

동문님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히 배경을 설명 드리자면, 평생교육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은 배움을 워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 건학이념과 섬김과 나눔이라는 이화정신의 구현을 위해 추진했던 사업이었습니다. 개인 혹은 가정 사정 등의 이유로 바로 대학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한 산업체의 우수 여성 인력들에게 질 높은 고등교육과 전공심화교육의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목적의 계획이었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미래라이프대학은 일부에 잘못 알려진 바와 달리 최소 135학점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한 4년제 정규 단과대학 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취지야 어떤 것이었든 사업 준비 기간 부족과 소통의 부족으로 인해 이화 공동체 내부에서 여러 오해와 반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저는 이화의 분열을 막고 단합을 위한 조치로, 반대하는 분들의 의견을 전면 수용하여 해당 계획을 철회하게 됐습니다. 그 과정 중에 동문님들께 걱정을 끼쳐드린 일들이 벌어진 데 대해 모교의 총장으로서 송구스러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소통과 화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이화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다각적인 소통 기회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안정화를 위한 선후배님들의 협조와 지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런 가운데 근간의 사태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걱정하고, 안정과 화합을 촉구하는 동문 여러분들의 격려에 저와 학교는 조속한 학내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동문님들께서도 재학생들이 다시 학업에 집중하고,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사회에 당당하게 첫 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더 많은 지혜를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화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한데 모아 사랑하는 모교 이화가 이 시련의 시간을 극복하고 다시 화합하고 발전하고 새롭게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시기 바랍니다.

 

더욱 자랑스러운 이화를 만들겠습니다.

 

저는 이화가 이 시련의 시간을 극복하고 어떻게 다시 따뜻하고 발전적인 공동체로 하나가 될 수 있을지 초심으로 돌아가 그 답을 찾으려 합니다. 저는 며칠 전 '총장과의 열린 대화'를 열고 학생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졸업생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열어 동문 여러분들의 소중한 질책과 격려를 받은 바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화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이화 비전 2020’ 발전 계획에 제시된 핵심 과제들을 이화의 전 구성원과의 협의를 통해 실천해나갈 것임을 이미 약속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동문 여러분의 고견을 경청하는 자리를 더 자주 마련하려고 합니다.

 

존경하는 이화 동문 여러분,

 

우리는 지금 잠시 갈등과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시련의 시간이 이화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고,오히려 이화공동체가 더 화합하는 계기가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직 이화를 위한 마음으로 이 모든 시련에 두려움 없이 맞서려합니다. 모교를 도와주십시오. 인내와 경청과 소통의 노력들을 하나하나 모아 사랑하는 이화에 닥친 이 시련을 극복하게 해주십시오. 우리 이화는 더욱더 자랑스러운 모교로 빛나야 합니다. 이화는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를 이끄는 여성 지도자들을 더 많이 배출해야 합니다. 우리 이화 졸업생들이 사회에서 더욱 존경 받는 인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 모든 가치들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동문 여러분께서 힘 모아 주시고 기도해 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동문 여러분께 하나님의 축복이 늘 함께 하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16 9 2

 

총장 최경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