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일입니다.
2009년 5월 23일 서거하신 그 분을 생각하면 슬픔과 분노가 함께 솟구쳐 오릅니다.
우리가 가지기엔 너무나 인간적이었던 지도자,
이 나라의 불순한 정치권력과 싸우기엔 너무나 비정치적이었던 분,
제가 평생 잡아본 손 중에 가장 좋은 느낌을 주는 손을 가졌던 분,
학교에서 물건까지 유명브랜드만 좇는 어리석은 국민이 몰라보았던 '진짜 사람'...
제가 1977년 1월 신문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지금까지
노무현 대통령 시절처럼 '언론의 자유'를 맘껏 누린 적은 없었습니다.
이불장 속 낡은 이불들 속에서 억지 잠을 자던 민주주의의 시계가
2003년 2월부터 2008년 2월까지는 목청껏 재깍거렸습니다.
그러나 자격 없는 국민에게 선물한 자유는
망나니의 칼이 되어 자유를 선물한 바로 그 사람을 찔렀고,
민주주의의 시계는 다시 잠을 자고, 아니 앓고 있습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을 생각하면
노무현의 부재(不在)가 더욱 애통합니다.
노무현과 다르면서도 닮은 문재인,
그 또한 이 나라의 노회한 정치권력과 싸우기엔
너무나 맑고 비정치적이니까요.
그나마 위로를 주는 건 노무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입니다.
그가 오늘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일갈한 내용은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은 물론 수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건호씨는 김 대표를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라 표현하고 나서
"전직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며 선거판에서 피 토하듯 읽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셨다"고 말하고,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것도 모자라 국가 기밀문서를 뜯어 선거판에서 읽어내고 아무 말도 없이 언론에 흘리고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를 뵙는 것 같다"고 비꼬았습니다.
건호씨는 "혹시 내년 총선에는 노무현 타령, 종북 타령 좀 안하시면 하는 기대가
생기기도 하지만
뭐가 뭐를 끊겠나 싶기도 하다"며 "본인도 그간의 사건에 대해 처벌받은 일도 없고 반성한 일이 없으니
헛꿈이 아닌가 싶다...사과나 반성, 그런 것은 필요 없지만 제발 나라 생각 좀 하라"고 하고,
"국가의 최고 기밀인 정상회담 대화록까지 선거용으로 뜯어 뿌리고 국가 자원을 총동원해 소수파를 말살하고
권력만 움켜쥐고 사익만 채우려 하면 이 엄중한 시기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하려고" 하느냐고
탄식했습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을 듣고 읽으니 함석헌 선생이 생각납니다. 선생께서는 '격화소양(隔
연설문을 듣거나 읽어보셨으면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며 크게 만족하셨을 겁니다.
국민이 건호씨를 위로해야 하는데 국민을 위로해준 건호씨,
참으로 고맙고 미안합니다.
일각에서는 노건호 씨가 김무성 대표를 공격함으로써 오히려 김 대표에게 정치적 이득을 주었다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광주에 가서 5.18기념식에 참석하고 물세례를 맞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아 '점수를 딴' 김 대표가
봉하마을에서 건호씨에게 앉아서 봉변을 당함으로써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국민통합을 위해 애쓰는 집권여당
대표의 이미지'를 구현해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그건 노건호 씨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미지에 속는 국민과 유권자가 문제이지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마음은 없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봉하마을을 찾았거나 찾지 않았던 정치인들... 하늘이 그들에게 합당한 벌을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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