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김산'을 '님 웨일즈(Nym Wales)'라는 미국 언론인이 장시간 인터뷰해서 정리한 책
<아리랑(Song of Ariran --The Life Story of a Korean Rebel, by Kim San and Nym Wales)>,
읽어 보셨나요? 앞에 나오는 이름 두 개에 작은 따옴표를 붙인 이유는 두 이름 다 본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리랑>은 1984년 '동녘'출판사에서 출판되었고 2년 후에는 '학민사'에서 <아리랑2>가
나왔습니다. '김산'의 본명은 <아리랑>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아리랑2>에는 나와 있습니다.
그의 본명은 '장지락(張志樂)'입니다.
님 웨일즈는 저명한 언론인이며, 중국과 모택동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에드가 스노우(Edgar Snow)의 부인으로, 본명은 헬렌 포스터 스노우(Helen Foster Snow)입니다. 제가 중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친다면, 학생들로 하여금 몇 년엔 무슨 일 하는 식으로 연대를 암기하라고 하는 대신 이 책을 읽게 하겠습니다. 이 책을 읽은 젊은이가 제 민족이나 나라에 대해 갖는 생각은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의 생각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며, 사소한 자본주의적 즐거움에 탐닉하느라 인생을 낭비하는 젊은이의 수도 훨씬 줄어들 테니까요.
<아리랑>에는 감동을 주는 구절이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지만 그 중에서도 19쪽에 나오는 몇 개의 단어는 죽비가 되어 제 멍한 머리를 깨어나게 했습니다. 님 웨일즈가 김산을 "공포를 모르는 독립심과 완전한 마음의 평정"의 소유자라고 묘사하는 구절입니다. 당시 김산은 겨우 서른둘이었는데... 저는 그의 두 배 가까운 시간을 살고 있는데 '독립'과 '평정'은 아직 이루어야 할 숙제입니다.
<아리랑2>에는 김산이 중국인, 일본인, 조신인을 비교하는 부분이 있는데 아주 재미있습니다. 그는 일본인 친구인 게이또, 중국인 친구인 황평창과 함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토론하다가 세 민족을 비교하며, 일본인과 조선인은 흡사하고 중국인은 다르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지금 같으면 그 결론이 달라졌을 겁니다. 그 부분을 아래에 옮겨 둡니다(<아리랑2> 137~138쪽). 이 두 권의 <아리랑> 꼭 한 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영어로 쓴 것을 우리말로 번역한 것으로 표현이 조금 어색할 때가 있습니다.
"일본인의 성격은 조선인과 매우 흡사하다고 우리는 결론지었다. 양자 모두 극단주의자인 것이다. 중국인과 같은 중용도, 중립도 없다. 우리는 양면의 인격을 갖고 있다--지독히 잔인한 면과 아주 친절한 면. 우리는 쉽게 행복해 하고 쉽게 슬퍼한다. 우리의 반응은 빠르고 민감하다. 우리는 너무 자존심이 강하다. 작은 실수로도 자살을 쉽게 한다.
그러나 일본인은 여러 질병에 시달리는 반면, 조선인은 훨씬 더 건강하다. 비타민 결핍 때문에 일본인의 시력은 매우 약하다. 상당수가 안경을 써야만 하는데, 일본 비행기 조종사들은 그들이 최악의 상태에 있을 때 이 사실을 절감한다. 조선인은 안경을 쓰거나 눈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심한 근시이며, 이것이 바로 그들의 예술이 항상 선명히 부각되고 단순하며 펑범한 문양을 보이는 이유이다. 그들은, 실제로 예술가들이 경치를 묘사하는 그대로 인식한다.
일본인과 조선인, 그리고 중국인의 중요한 차이는, 중국인은 재빨리 반응을 보이지 않는 점이라고 우리는 결론지었다... 일본인과 조선인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중국인은 그들의 사회 구조처럼 복잡하다. 중국인은 언제나 은밀하다. 결코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다. 수년 동안 나는 그 내면에 숨겨진 어떤 비밀스러운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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