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시인'이란 말은 있어도 '부유한 시인'이란 말은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들 중에도 부자가 있고 시집이 잘 팔려 부자가 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아주 소수입니다. 시를 쓰는 사람은 대개 현실적으로 무능하여 궁핍한 생활을 한다는 게 사회적 통념입니다. 시인의 가난은 아마도 '시'에 내재하는 즉흥성이나 자발성과 깊은 관계가 있을 겁니다. '시'는 현실적 계산이 없는 마음, 혹은 그런 계산을 하지 못하는 마음에서 어느 순간 일어나는 '발로'의 기록이거나 그런 마음에 예고 없이 찾아 오는 천둥 번개나 봄비 같은 것이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냐, 시 쓰는 법도 배우고 가르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시 작법을 배워 쓰는 시보다는 '시는 시인이 쓰는 글이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