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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0 1

천리향 (2024년 2월 10일)

병실을 가득 채운 공기는 다른 어느 곳의 공기와도 다릅니다. 고통의 냄새라고 하기엔 너무 뭉근하고 오래 전 할머니 내음이라고 하기엔 너무 현대적이고... 낯익고도 낯선 그 공기 속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면 알 수 없는 피로가 업습합니다. 그대로 누워 버리고 싶은 마음을 떨치려면 베란다로 나가야 합니다. 나가는 순간, 종일 운동화에 갇혀 뜨거워진 발과 무거운 다리부터 축 처진 어깨, 자꾸 아래로 향하는 눈꺼풀까지 봄비 맞고 일어서는 풀처럼 삽상하게 살아납니다. 초라한 플라스틱 화분에서 앙상하게 자란 천리향의 향기 덕입니다. 베란다를 채우고 있던 서늘하고 오묘한 향기가 눈물이 핑 돌게 반갑습니다. 보아 주는 이 드문 겨울 베란다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홀로 노력하여 향기 세상을 만든 걸까요? 천리향 같은 ..

나의 이야기 202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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