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박근혜 당선인만 몰랐다 (2013년 1월 31일)

divicom 2013. 1. 31. 11:30

오늘 아침 한국일보에서 '박근혜 당선인만 몰랐다'는 제목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수첩'에만 의존해 '밀봉 인사'를 하는 탓에 부적격자 혹은 무자격자를 새 정부 요직에 임명한다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 일으킬 것 같아 본문 대부분을 그대로 옮겨둡니다.


한국일보 기사: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4층을 다녀온 인사들은 공히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는 얘기를 한다.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장관·청와대 참모진 인선 작업 등으로 경황이 없을 법한데 그곳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다. 한 관계자는 "'도대체 인선 작업을 하긴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은 철저한 '나 홀로'이다. '수첩'으로 상징되는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에 기반해 사람을 고르고 전적으로 자신의 판단에 따라 인사를 결정해왔다. 당 대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의 인선이 그랬다. 이 과정에서 검증은 이재만 전 보좌관 등이 인사 대상자의 기본적인 이력을 살펴보는 것으로 갈음했다. 청와대나 사정기관에 검증 관련 자료를 요청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방식을 썼기에 인선은 밀봉(密封)이라 불릴 정도로 철저한 보안이 가능했다. 

이번 총리 인선도 이 같은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 것 같다. 한 관계자는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는 지명을 받기에 앞서 자신의 이력과 관련해 자술서 한 장 쓰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김 전 후보자는 검증동의도 하지 않았다. 박 당선인 측이 총리 지명에 앞서 김 전 후보자 일가의 재산ㆍ병역ㆍ납세·전과 등의 내밀한 이력을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내밀한 자료는 물론 공개된 자료도 제대로 체크했는지 의문이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김 전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 시절 재산공개 당시에도 배우자의 부동산 일부를 누락한 의혹이 있다. 

김 전 후보자는 1993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를 앞두고 부인 서모씨 소유 마포구 신수동 소재 건물을 매각했다는 이유로 그 해 재산 등록 때에 이 건물을 신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건물의 부동산 폐쇄등기부 등본에는 96년까지 서씨가 공동소유주로 등재돼 있다. 김 전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 재직 기간(1994~2000년) 신고한 재산변동 내역을 살펴보면 김 후보자 부부의 부동산 거래는 96년 처분한 도봉구 쌍문동 임야가 전부이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가 93년 도입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 앞서 배우자의 부동산을 숨기기 위해 서류상으로만 매도 신고를 하고, 96년 처분할 때에도 재산변동 내역에서 누락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인도 접근 가능한 관보와 등기부 등본 확인만으로 이런 정황은 드러난다. 

그러나 박 당선인 측은 이 같이 공개된 기본 자료마저 검토하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박 당선인 인사 방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직 인사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인 만큼 당선인 개인 네트워크와 비선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정당 대표 때나 하던 인선 방식을 버리라"는 얘기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비선 몇 명에게만 맡겨두면 안 되므로 청와대 등 국가기관의 협조를 받는 공식적 검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