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TV 보는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tvN 주말드라마
'포핸즈' 덕입니다. 본방송을 볼 때도 있고 재방송을 볼 때도
있고, 이미 본 것을 또 볼 때도 있습니다. 'TV 보는 재미'라고
했지만, 사실은 '듣는' 재미가 더 큽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뛰어난 두 젊은 피아니스트와 그들이 연주하는 피아노
음악이니까요.
'포 핸즈 (Four Hands)', 우리 말로 '네 개의 손'은 피아노 용어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한 피아노 앞에 앉아 함께
연주하는 것을 뜻합니다. 마사지에도 이 말이 쓰인다고 합니다.
한 사람을 두 사람이 동시에 마사지하는 건데, 그렇게 하면
한 사람이 마사지할 때보다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는 이 드라마의 영어 제목은 'Four
Hands, Two Sonatas'입니다. 드라마를 보면 이 작품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음악은 통역이 필요없는 언어이니까요.
전혀 다른 배경에서 자라 다른 방식으로 피아노에 빠진 두 젊은이,
그들이 예술고등학교에서 만나 경쟁자이자 친구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지만, 이 드라마는 소위 '보이 러브(Boys' Love)' 류는
아닙니다. 그냥 시대에 맞지 않게 피아노와 클래식을 사랑하는
두 청년 이야기입니다. 이 드라마를 가능한 한 많은 한국인이,
아니 지구인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두 주인공의 피아노 연주 장면을 보면서, 바로 그 장면이 가장
이상적인 인간과 AI의 관계를 보여 주는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꼭 두 주인공 역의 송강과 이준영이 연주하는 것 같았으니까요.
아이러니하지만, AI가 인간의 영역을 잠식하고 인간성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인간을 지배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때야말로 인간이
얼마나 높은 곳에 이를 수 있는지를 보여 준 모차르트, 베토벤, 슈만,
슈베르트, 라흐마니노프...를 들을 때입니다. 이 드라마를 보며 그
뛰어난 작곡가들의 음악을 들으면, 갈수록 천박해지는 세상과 돈독
오른 사람들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를 만들어 준 모든 분들께 박수를 보내며 한 가지 부탁합니다.
클래식 음악이 나올 때 그 작품의 제목을 조그맣게 화면 한쪽에 써
주시라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그 곡을 다시 듣고 싶거나 그 곡 전체를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zzy-ovnQns&list=RDqzzy-ovnQns&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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